[부동산후]아파트 보다 단독·다가구 주택, 집값 10배 뛰었지만 타지역과 격차

"실망할걸, 너무 많이 바뀌었을 꺼야."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마지막회에서 쌍문동이 어떻게 변했는지 가보고 싶다는 택이(김주혁)의 말에 덕선이(이미연)는 이렇게 만류했다.
◆대규모 개발 無, 골목길·주택가 여전
드라마 종영 이후인 지난 20일 실제 방문한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은 덕선이의 말처럼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 있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골목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쌍문동에는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는 없다. 아파트의 높이도 2014년에 준공된 북한산 코오롱하늘채가 15층으로 가장 높다. 드라마에도 실명이 거론된 적 있는 정의여고 주변은 전형적인 주택가다.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좁은 골목길 사이로 빼곡히 늘어져 있었다. 새롭게 들어선 빌라들이 오래된 주택들과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골목을 걷다 보면 빌라 분양 안내 현수막들이 곳곳에 보였다.

쌍문동은 아직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9월 460-188번지, 460-80번지 재개발(정비예정구역)지정이 해제됐다. 해제 이후 빌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정의여중고교 인근 137-13번지는 2013년 12월에 쌍문 2구역 주택재건축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아직 조합원 설립 전으로 실제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계획안에 따르면 면적 4만1000㎡에 최고 18층 17개동 총 744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은마아파트 17배 뛸 동안 쌍문동은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을 쌍문동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CJ E&M 원설란 홍보팀 대리는 "지금은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크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며 "쌍문동은 당시 지극히 평범한 가정들이 사는 대표적인 주택가였다"고 설명했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쌍문동의 아파트 시세는 3.3㎡당(KB국민은행, 1월 기준) 약 980만원으로 1000만원이 되지 않는다. 덕선이가 이사 간 판교(판교동 2168만원)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 난다. 1㎡당 시세는 297만원으로 도봉구(318만원), 서울시 전체 평균(523만원)과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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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동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발 호재가 없고 강남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하철 4호선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역세권도 아파트 단지 보다 주택가로 이뤄져 있다. 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싸지 않고 주변 환경이 조용해 주로 실거주 수요"라면서 "대출을 많이 받기 싫고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싶어하는 강북 직장인들이 찾는 편"이라고 했다.
쌍문동 84.98㎡(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는 3억~4억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지어진 북한산 코오롱하늘채 84.98㎡(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4억35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비슷한 크기의 더 오래된 아파트들은 2억~3억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일부 주민들은 집값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쌍문동에서 20년 이상을 살았다는 이씨는 "한양아파트 1·2차 84.9㎡의 분양가가 2500~3500만원이었다. 30년 지나도 겨우 10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1988년에 지어진 한양2차 84.9㎡의 지난달 거래가는 2억8000만~3억200만원 선이다.
같은 기간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약 17배 뛰었다. 1988년 은마 아파트의 30평형대 매매가는 약 6000만원대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0억~11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 "전화 문의 많아요" 실제 가게 유명세

응팔 열풍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쌍문동에서 40여 년을 살았고 현재 모초등학교 건너편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동네도 그렇고 주민들도 워낙 조용한 편이다. 동네를 알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의외로 디테일을 살렸다. '브라질 떡볶이'와 '감포면옥' 등은 실제 가게 이름이어서 모처럼 추억에 젖었다"고 했다.
응팔 주인공들의 아지트였던 '브라질 떡볶이'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정의여고 후문을 지켰다가 지금은 사라졌다고 한다.
드라마 주인공인 도롱뇽(이동휘)이 일했고, 김성균과 라미란이 결혼식을 올렸던 '감포면옥'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정의여중 입구 사거리에서 정의여고 방향으로 100㎡ 안 되는 곳에 위치한 '감포면옥'은 드라마가 나간 후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방문 당시 평일 오후 시간이었는데도 빈 테이블이 많지 않았다. 감포면옥의 한 직원은 "드라마에 나온 곳이 맞는지 등 전화로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손님이 더 늘었다"고 했다. 일부 장면은 실제로 감포면옥에서 촬영이 이뤄지기도 했다.
쌍문동 주민들은 드라마로 얻은 유명세를 발판 삼아 지역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쌍문3동 주민인 오씨는 "쌍문동은 만화 둘리를 만든 작가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둘리 뮤지엄뿐 아니라 응팔의 아이템을 활용해 지역이 더 많이 알려지고 활성화되는 방안을 지자체와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