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 골목 재개발 갈등과 박원순 시장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 갈등과 박원순 시장

엄성원 기자
2016.05.23 03:30

[우리가보는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또 한번 재개발-철거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이번에는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골목으로 불리는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짜인 일정마저 바꿔가며 지난 17일 정오께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를 찾았다. 박 시장은 당초 이날 오후 늦게 무악2구역을 찾아 이해 당사자들과 얘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강제 철거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을 당겨 급하게 현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이날 재개발 현장에서 다소 격앙된 듯한 목소리를 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제 퇴거를 중단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이번 일로 자신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다고 했다. 박 시장은 다음날 자신의 SNS 계정 방송을 통해 이날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시장이 되고 나니 1000개가 넘는 곳에서 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더라. 찬성과 반대간의 싸움이 처절할 정도였다. 상당 부분은 해제를 했지만 200여 개 이상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박 시장이 무악2구역을 급하게 찾은 것도 이 같은 갑갑한 심정이 녹아 있을 것이다. 무악2구역 재개발에 대해 스스로도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희망의 불씨나마 되살려보자는 심정에 무악2구역으로 향했을 것이다. 더욱이 시장 방문이 예정된 날 기습적인 강제 철거가 이뤄졌으니 격앙될 만도 하다. "시장이 당사자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철거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 화가 났다. 현장에 가서 바로 철거 중단을 지시했다. 기습 철거는 안 된다. 사람마저 철거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박 시장의 발언은 지나쳤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무악2구역 재개발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다. 기습적이긴 했지만 강제철거 역시 마찬가지다. 무악2구역 재개발 사업은 2010년 조합이 설립돼 2010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올 초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재개발에 반대하자 조합이 명도소송을 냈고 법원은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조합은 지난 4일 강제집행 예고장을 발송했고 이날 철거라는 강제집행에 나선 것이다. 시민 협의체 5회 개최와 같은 시가 만든 강제철거 예방 매뉴얼이 있기는 하지만 매뉴얼이 법에 우선할 수는 없다.

박 시장이 상대적 약자인 철거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시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화와 합의를 말하면서 반대편으로는 '철거 절대 불가'라는 격한 발언을 내뱉은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다. 자신의 한마디가 철거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간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민했어야 한다. '절대'라는 말이 더 이상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떠올렸어야 한다.

박 시장이 말했듯 현재 서울에는 재개발 사업과 맞물린 수백, 수천가지의 갈등이 존재한다. 그 갈등 속에서 찬성은 찬성대로, 반대는 반대대로 모두 자신들의 절박함을 얘기하고 있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선후를 정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시장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이 일방통행식이 돼서는 안 된다. 자신의 신념과 반하는 사람들도 '틀린'이 아닌 '다른' 생각을 가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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