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벽력 철거 무산··· 논란 가중


정부가 수직증축 등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내력벽 철거' 허용 방안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안전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내력벽이 철거되면 하중이 가중돼 위험하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논란은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다. 개정안을 통해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수직증축 가능 평가등급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세대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 거주자들이 선호하는 평면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으로 가구수 증가 등은 가능하게 됐지만 기존의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해 평면 설계가 나빠지는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파트 전면에 배치된 방과 거실 등의 갯수가 2개인 '2베이' 아파트를 최근 인기 있는 '3베이'나 '4베이'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하면 아파트 평면을 가로로 늘리지 못해 세로로 긴 기형적인 설계가 나온다"며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야 가로로도 구조를 넓힐 수 있어 채광·통풍 등이 개선된 평면 설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전 논란이 불거졌다. 내력벽이란 건물의 하중을 견뎌 내거나 분산하기 위해 만든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 중 하나로, 단순히 칸을 막기 위해 블록이나 벽돌로 쌓은 벽과는 구분되는 벽이다. 건물의 뼈대와 같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내력벽의 구조를 안전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변경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토부가 지금껏 내력벽의 구조변경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구조건축 전문가는 "구조안전성 측면에서 수직증축이 진행될 경우 기초와 수직부재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데 내력벽까지 허물게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라는 명분에 매몰돼 국민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토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세대 간 내력벽 철거에 따라 말뚝기초에 하중이 가중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세대간 내력벽 철거방안에 대해 연구용역 등을 통해 검토했지만 안전에 관련된 부분인 만큼 세밀한 검토 후 개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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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4개 단지를 대상으로 철거 부위 및 범위 등을 개략적으로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된 안전진단기준안을 볼때 정밀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리모델링협회나 리모델링 추진단지 조합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인영 한국리모델링협회 기술위원장은 "기술적으로도 내력벽 부분 철거와 위치 조정은 건축구조공학적으로 일반 건축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된 우려는 구조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 제기한 불필요한 논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원용준 분당매화마을1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장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대부분이 중소형 평형인데 세대 간 내력벽을 못 허물어서 앞뒤로만 넓어지면 집이 긴 터널처럼 되지 않겠느냐"며 "넓고 햇볕이 잘 드는 집을 원해서 리모델링 하는 건데 이걸 규제하면 중소형 아파트는 리모델링 하지 말라는 거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