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와 특혜로 얼룩진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해운대에 101층짜리 초고층 주거시설을 짓기 위해 부산의 정관계 주요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으면서 불법으로 이뤄진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업 인허가와 관련된 부산시와 해운대구의 최고위 공무원들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정황도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 이쯤되면 부산시도 사업에 문제가 없는지 재검토하거나 내부 감사에 나서는 등 조치가 필요한데도 미동조차 없다. 심지어 서병수 부산시장은 측근이 엘시티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데도 엘시티 관련 공식입장을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부산시 관련 부서들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었던 중심미관지구를 일반미관지구로 풀어 준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과가 운영을 담당하지만 이 부서 관계자는 "결정은 도계위원들이 하기 때문에 부서와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사업계획을 검토하고 도계위에 제출한 시설계획과는 "용도지구 변경은 부산도시공사의 제안이고, 101층 사업승인은 해운대구청 담당"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엘시티는 2012년 서울의 '파인트리 콘도'와 일부 비슷한 면이 있다. 북한산 자락에 지상 7층 14개동 332실 규모로 지어지던 파인트리 콘도는 사업인가 과정에서 층수 완화 등 특혜 논란을 빚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고 같은 해 7월 서울시 내부 조사 결과 부적절한 층수완화 특혜와 각종 편법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관련 공무원 수십명은 이 일로 문책을 당했고, 파인트리 공사는 시행사의 부도로 전면 중단됐다. 특혜 논란은 유사했으나 부산시와 서울시의 대응 방식은 전혀 달랐던 것이다.
파인트리 콘도와는 달리 엘시티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공사의 책임준공, 90%에 가까운 분양계약, 대주단의 대출조건 등이 그 이유다. 법률적으로도 사업취소는 어려울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있다. 관계자들의 형사처분과는 별개로 인허가 행정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도 이러한 이유로 사업 취소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업 인허가는 적법한 행정절차와 기준에 맞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가의 밑바탕이 된 기준들이 비리로 얼룩졌다는 의혹을 받는 만큼 부산시도 책임있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이다. 부산 시민은 해운대가 소수만이 누리는 특별한 공간이 아닌 모두가 누리는 쉼터가 되길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