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부르는 공공 후려치기⓷]정부정책이 공사비 미지급 부추겨 개선 시급…업계 "발주기관 불공정 관행 뿌리뽑아야" 촉구

정부기관들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공사 지연은 물론,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과 그에 따른 공사비 증액조차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어 시공업체들의 적자와 고통이 커지고 있다.
공공 발주기관의 이 같은 미온적 대처에 대해 올 초 감사원이 나서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산정과 총 사업비 조정신청 시기를 합리적으로 개정토록 통보했음에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뭉그적거리는 모습이다. 생존 위기에 놓인 중소건설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러는 사이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건설업체들은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고 협력업체들과 공사 참여 근로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2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공공공사에 참여한 건설업체 61.6%가 발주자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이 늘어났음에도 이로 인한 추가비용을 받지 못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액된 공사비용을 아예 청구조차 못했다는 건설업체가 43.8%였고 청구 후에도 비용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는 64.6%에 달했다.
공사를 계속 수주해야 하는 건설업체들로선 발주기관에 추가비용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울며겨자먹기로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그만큼 많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달성군)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났음에도 해당 공공공사 발주기관이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진행 중인 소송은 179건, 청구금액만 6100억원에 달한다. 소송 대상 발주기관만 24개사다.
이는 기재부가 2016년 12월 30일 국가계약법 계약 예규를 개정,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사유를 ‘발주기관 귀책사유’로 한정한 데 따른 부작용이란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시 시공사가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을 정당하게 청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관리지침’도 중소건설업체들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꼽힌다. 기재부는 2017년 1월 1일 해당 지침 개정을 통해 공사기간 연장 비용 신청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신청시기도 준공일 직전연도 5월 31일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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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감사원이 올 3월 공사비 부당삭감과 추가공사 비용전가 등 발주기관의 불공정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 기재부에 제도 개선을 통보했지만 아직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감사원 지적사항 가운데 공사기간 연장 비용 신청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비용 신청시기에 대해선 예산 책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난색을 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과 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제도 개선을 해나가고 있다”면서도 “워낙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공사들인데다, 예산 추정과 반영 문제 등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공공공사 계약시 업체의 귀책사유없이 계약기간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추가 소요비용을 금액 조정 시 반영토록 법제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총사업비 관리지침도 신청횟수, 신청시기 제한을 삭제하고 공사비 증액을 조정할 때도 일반관리비, 이윤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기관의 불공정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도록 기재부는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