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뜨거운 감자, 중개수수료③

#. 2018년 2차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치르던 A씨는 지적서고의 설치 기준을 묻는 문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③안쪽문은 철제로, 바깥문은 곤충·쥐 등의 침입을 막도록 철망을 설치해야 한다 ④연중 평균 온도는 섭씨 20±5도, 습도는 65±퍼센트를 유지해야 한다 등의 지문 중 틀린 것을 고르라는 것. 이는 높은 합격률을 자랑한다는 인터넷강의에서도 전혀 들어본 기억이 없는 내용이었다. 아깝게 점수를 까먹은 A씨는 "공인중개사가 왜 이런것까지 알아야 하냐, 중요한 내용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문제를 내냐"며 분노했다. 다른 수험생들 역시 "분명 틀리라고 낸 문제"라며 "떨어뜨리려고 용쓰는게 보인다"고 반발했다.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시험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안, 현 절대평가 방식을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토부 역시 포화 상태인 공인중개사 수를 조정하기 위해 시험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9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전국 46만6600여명에 이른다. 매년 30만명 이상이 시험에 응시해 합격자가 1만명씩 배출되고 있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개업공인중개사로 등록해 영업 중인 인원은 작년 말 기준 11만1016명으로 35만명은 '장롱면허'로 자격증만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집값 상승곡선이 가팔라지면서 개입공인중개사 수가 최근 크게 늘었다. 현재 개업공인중개사는 11만7738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들어 한달 평균 1000명 이상이 신규 등록하며 6개월 만에 6722명이 늘었다. 한해 합격자수가 너무 많은데다 시장 유입인원까지 급격히 늘자 수급 조절을 위해 자격시험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토부는 시험 난이도를 높여 합격자수를 조정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 난이도는 국토부 1차관과 국토부 공무원, 공인중개사협회, 학계, 소비자단체, 부동산금융전문가 등 위원 7~11명으로 구성된 '공인중개사 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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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합격자수를 줄이기 위해 시험 난이도를 너무 높이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수험생들을 불합격 시키기 위해 공인중개사 업무에 있어 필수로 숙지해야 할 내용 대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부분에서 문제를 출제하게 되는 것. 실제로 앞선 기출문제에서도 이런 '함정' 문제가 자주 발견됐다.
대안으로 시험 방식을 기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현재 모든 과목에서 40점 이상을 받고 평균 60점만 넘으면 무조건 합격할 수 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 12월 이런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토부 장관이 직전 3년 간의 응시인원과 개업·소속공인중개사 수 등을 고려해 선발인원을 결정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학계에서는 두차례 치러지는 시험 운영 방식을 고려해 1차는 절대평가를 유지하되 2차를 상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자격시험 자체를 일회성인 검정형에서 장기적인 과정 평가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민석 세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번의 시험으로 자격 여부가 결정됨에 따라 단기전문성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과정평가형 시험을 도입해 중장기적인 전문성을 갖춘 공인중개사가 배출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격 제도 개선과 함께 중개서비스 전반에 대한 개선 역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집값 상승으로 중개보수까지 올라가면서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집 한번 보여주고 몇천만원 받아간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정부 역시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중개수수료 개편안과 함께 중개서비스 질적 개선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권익위도 지난 2월 이같은 내용을 권고한 바 있다. 권익위는 부가서비스로 △임대인의 임대차 건물관리 대행 서비스 △신규 매물·임대차 물건 정보 정기제공 서비스 △부동산 상담 및 컨설팅 서비스 △하자보수·도배·이사업체 소개 등 용역알선 서비스 △경·공매 부동산 권리분석 및 입찰신청 대리서비스 등을 제시하며 단순 중개를 넘어 종합서비스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의 71%, 일반국민의 70%가 부가서비스 확대에 대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중개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건전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개업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협회 가입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개보조원 채용 인원을 제한해 기획부동산의 투기 행위를 막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의 부동산 중개를 금지하는 법안과 공인중개사 자격증 양도·대여를 알선하는 브로커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법안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