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306억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2년 연속 300억달러를 넘겼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223억불보다 오히려 많다. 대한민국의 대표 수출상품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의 뒤를 잇는 외화수입을 해외건설에서 거둔 셈이다. 과거 1970~1980년대 주력 성장 엔진이었던 중동 건설 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다.
좋은 소식은 임인년 새해 벽두에도 이어졌다. 1965년 태국에서 첫 해외건설 공사를 따낸 지 57년만에 누적 수주액 9000억달러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1월 수주액도 35억달러로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 늘었다.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누적 1조달러 시대가 가시권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해외건설기업들이 지역과 공종을 다변화하고 부가가치와 수익성이 높은 사업방식에 역점을 두어 왔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 해외건설업계, 정책금융기관, 공기업 등이 사업의 발굴과 기획부터 계약에 이르기까지 원 팀으로 뭉쳐 공조하고 있는 것에도 힘입은 바 크다.
해외건설은 세계 곳곳에서 외국 기업과 치열한 수주 전쟁을 벌이면서 시장을 개척하여 외화 수입과 일자리를 늘리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수주액 목표치를 설정하고 전략을 세워 여러 주체가 총력을 기울이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의의가 있고 실제 그 효과 또한 작지 않다. 코로나 국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년에는 3년 연속 3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고, 2024년까지는 누적 수주액 1조달러라는 기념비에 도달하는 것이 해외건설업계의 목표이자 바람이다.
이 목표의 달성은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렵다. 해외건설시장에는 기회와 불확실성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Markit)은 올해 세계 건설시장이 작년 보다 7% 성장한 13조9419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이 종식되거나 완화되면 그간 미루어졌던 프로젝트의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각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 국제유가 강세 등도 해외건설시장에는 호재다. 반면에 팬데믹 대응과정에서 일부 국가의 재정여건이 악화된 것,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같은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은 부정적 요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국제정치 리스크 또한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선택해야 할 정공법은 우리의 기술력이나 사업역량에 적합한 사업구조를 모색하고 메가 트렌드에 대응하는 치밀한 진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기본설계, 첨단공법, 건설사업관리 등을 종합 연계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더 많이 시도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수주구조가 선진화되면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투자개발형 사업도 기민한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팀 코리아를 작동시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가야 한다. 글로벌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 추세와 IT 강국의 명성에 걸맞게 스마트 건설기술을 확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집중돼야 할 대목이다.
해외건설시장의 판도를 바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규범은 작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통해 더욱 뚜렷해졌다. 일부에서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탄소감축 로드맵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하지만, 국제사회의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소생산기지와 수소도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시사점이 크다. 각국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추진할 프로젝트와 국제 탄소감축사업 등은 우리 기업이 도전할 만한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해외건설 프로젝트의 수행과정에서도 'Green EPCM'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긴요하다. 협력사와의 협업을 통해 저탄소 기획·설계, 건자재·소재 개발·구매, 저에너지 시공·운영 전략을 수립하고, 친환경사업의 수주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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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강소기업의 육성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최근 수년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해외사업을 위한 보증을 제 때 받기 어려운 것이 한 가지 이유라고 한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들이 해외건설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 대기업과 활발하게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실효성 높은 건설금융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어렵던 시절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해외건설의 진취성을 떠올리며 '사석위호'(射石爲虎)라는 사자성어에서 가르침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 사냥꾼이 호랑이를 향해 활을 쐈는데, 그것은 호랑이가 아닌 바위였고 결국 그 화살은 바위를 관통했다는 의미다. 세상 모든 일에 두려움 없이 정진하면 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한 가운데에서도 해외건설이 한국 경제의 성장에 앞장서고 또 든든히 뒷받침하는 중추 역할을 이어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