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출범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기업 선진화 개혁 추진 작업의 첫 결실로 보는 평가가 많다. 1993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필요성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MB정부 이전 정부에서도 양 공사의 결합은 꾸준히 추진해왔으나 여야 이견이나 각 노동조합의 반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토지를 취득'하는 토공과 '주택을 건설'하는 주공의 합병은 도시 난개발이나 대형 국책사업 선정을 둘러싼 과열경쟁 등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공공주택을 적기에 공급해 서민 주거복지 안정화와 수준을 높인 것도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LH는 공공택지 조성부터 주택 건설, 분양, 임대, 관리까지 건설 분야 모든 기능을 독점하면서 연간 10조 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건설업계의 큰손으로 덩치가 커진 데 반해 조직 혁신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토공과 주공을 합병하면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없었던 탓에 이때부터 '전관특혜'라는 구습이 생겼다.
LH가 출범한 그해 12월 LH 직원 등 43명이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 비리와 관련해 무더기로 구속됐다. LH로 간판을 바꾼 이후 첫 비리였다.
2015년에는 LH 본부장 출신이 14억원에 달하는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2년 전 이른바 'LH 사태' 때는 LH 전·현직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특히 LH 사태 배경에도 전관 특혜가 있었다. LH 전·현직 직원이 결탁해 내부 정보를 빼돌려 함께 땅을 사들였고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특정 업체에 수백억 원대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번 취재 중에 접한 '엘피아(LH와 마피아 합성어) 카르텔'은 상상을 초월했다. 도면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 전관 업체 소속으로 감리를 하거나 한 건에 수십억 원짜리 설계공모 과정에서 LH 심사위원들이 전관 선배를 직접 심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건축학과 교수는 "LH 용역만 전문으로 뛰는 '거수기' 심사위원 교수가 있다"며 "일부는 뒷돈까지 챙긴다"고 했다.
이런 구습은 결국 엉터리 감리의 부실공사 민낯으로 이번에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가 '세계 4대 건설강국'을 외치는 상황에서 후진국형 부실이 만연한 것은 해외건설 수주에도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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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 철근을 빼먹은 사건 역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전관특혜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LH에서 주기적으로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기관 전체의 관리 책임 강화 등이 필요하다.
부실공사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와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도 LH 사태 이후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전관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다면 그 타격은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