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시행된 지 만 4년이 됐다. 총 126개 사업 기획이 완료됐고, 79개 사업이 기획 중이다. 한동안 멈춰있었던 정비사업의 시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일부에서는 목표한 것만큼 신속하지 않다며 그 성과를 부정한다. 이는 신통기획의 개념과 성격을 간과한 성급한 비판이다.
과거 정비사업은 대상지 선정에서 구역 지정까지 약 5년이 소요됐다. 그러나 신통기획 도입 후 2년8개월로 줄어들었다. 신통기획의 신속함은 이 차이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기간을 단축시킬 요인들을 새롭게 발굴했다. △신통기획 수립과 정비계획 수립을 동시에 진행하고 △정비계획 입안 동의율 50% 기준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요청 시점이 아니라 정비구역 지정 시점으로 연장하며 △처리기한제를 도입해 신통기획 수립 후 2개월 이내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공람공고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후 3개월 이내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이뤄지게끔 한 노력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구역 지정 이후의 기간을 단축하고자 주택공급 촉진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
신통기획의 근본적 가치는 신속을 유도하는 '기획'에 있다. 기존에는 정비사업을 주민 주도 사업으로 판단, 공공이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통기획의 패러다임에서는 비록 주민이 주도할지라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고 공공이 수용할 수 있는 답을 초반부터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갔다. 구릉지나 1종주거지역,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재촉지구해제지역, 정비구역해제지역 등 소위 정비사업의 '악성 지역'이었으나 신통기획을 통해 해법을 찾은 사례가 기획완료된 재개발 대상지 55곳 중 28곳이라는 사실이 기획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획이 빛을 발한 가장 큰 동인은 사업이 작동하기 위해, 특히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답들을 공공이 직접 대상지별로 탐색한 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용적률이다. 대상지의 기존 용적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그쳤던 공공의 역할은, 신통기획 아래서 비례율을 더 높이고 분담금을 더 줄이기 위해 필요한 용적률 완화분을 산정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용적률 완화에 따른 기반시설 부담, 경관 악화 등 주변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계획적 고려도 공공의 마땅한 역할이 됐다. 이미 주변에 공원이 위치한 지역에 의무비율을 맞추고자 공원을 늘리는 불필요한 부담을 막고자 구역계를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중대하다. 기획완료된 55개의 재개발사업만으로 한정해도 신축 주택 공급 물량이 8만5000호이며, 그 중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은 1만7000호다. 4m 이상 도로에 접하지 못해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건축물의 비중을 평균 38%에서 0%로 바꾸어주는 것, 생활 SOC(사회기반시설)의 사각지대에 문화체육시설, 노인복지시설, 지역아동센터 등을 현격히 늘려주는 수단이 현재의 신통기획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신통기획의 진짜 '신통함'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