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가계대출 80% 소진… 청년층 시장진입 어려워져
우대정책 등 금융 지원 목소리… 주택공급도 뒷받침 돼야

"예식장보다 집을 먼저 계약했어요. 집값 오르는 속도가 워낙 빠르니 식장 알아보는 시간도 아깝더라고요."
예비신부 A씨(33)는 예식장을 알아보기 전부터 신혼집 계약을 서둘렀다. 결혼식에 앞서 혼인신고도 마쳤다. 예비신랑 회사의 사내대출 금리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를 최대한 확보하려면 혼인신고 서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올해 결혼 2년차인 B씨(35)는 아파트 매수를 앞두고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전세보증금과 주담대, 양가 부모의 증여금을 보태 내집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갑작스러운 은행의 대출한도 축소로 한순간에 다 틀어졌다. B씨는 "사려고 했던 집이 2년 전만 해도 6억원이었는데 지금은 10억원이 됐다"며 "대출한도마저 절반으로 줄어 서울 외곽에서 다시 매물을 찾아야 한다. 결혼할 때 집을 사지 않은 게 가장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한도를 줄이면서 3040세대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등 자기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의 주택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조에 맞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서며 이자부담도 턱밑까지 차올랐다.
다른 시중은행도 대출여력이 넉넉하지 않다.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의 약 80%를 소진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이 대출한도를 축소한 후 다른 은행으로 대출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은행권 전반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대출문턱이 높아졌지만 집값 오름세는 꺾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3% 올랐다. 지난해 2월 첫주에 상승전환한 이후 74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졌다.
대출로 채우지 못한 자금은 이른바 '부모찬스'가 메웠다. 국토교통부에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취득에 투입된 증여·상속자금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4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인 약 6조5000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정부도 청년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전월세 부담에서 벗어나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절박한 목소리가 정부에도 전달되고 있다"며 "6억원이라는 한도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날부터 이어지는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정부가 어떤 청년 대출 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국토부 공급 토론회에 이어 15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을 주제로 부동산 토론회를 진행한다.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종합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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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은 청년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지원과 함께 주택 공급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청년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을 수 밖에 없어 대출 한도를 늘리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 이자 지원, 특별공급 등 기존 청년 우대 정책을 강화하되, 월세 지원 등 매수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비아파트와 저가 주택 등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을 늘리고 청년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만 풀면 특정 주택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