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숨을 고르는 사이 인천과 경기 지역은 오히려 전셋값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서울의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임차 수요가 인천·경기 선호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전세난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95% 올라 7월(1.28%)보다 상승폭이 0.33%포인트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42%에서 0.57%로, 경기도는 0.71%에서 0.73%로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용인시 기흥구가 한 달 만에 1.99%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세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화성시 동탄구도 1.63% 오르며 반도체 산업단지 배후 지역인 경기 남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에서는 성북구(1.82%), 금천구(1.70%), 노원구(1.69%) 등 동북권과 서남권 외곽 지역의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기흥구와 동탄구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직주근접 수요가 꾸준한 데다 지난 7월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매매 진입 문턱도 높아졌다.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70%에서 40%로 낮아지면서 매수로 전환하지 못한 수요가 전세시장에 머문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의 전셋값 상승폭 둔화가 전세시장 안정보다는 갱신계약 증가로 인해 신규 계약이 줄어든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신규 계약과 달리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임대료 인상률이 5%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상승폭이 축소됐다는 시각이다. 전셋값이 빠르게 오를수록 신규계약과 갱신계약간 전셋값 차이가 벌어지고 이에 갱신계약을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나게 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신규 계약과 갱신계약 간 전세보증금 중앙값 차이는 지난 1월 3500만원에서 6월 775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이처럼 가격 차가 커지자 기존 집에 머무르는 세입자도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신고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7115건 가운데 갱신계약은 4209건으로 59.2%를 차지했다. 갱신 계약이 늘면서 신규 임차 수요가 줄자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폭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전세 매물 부족은 여전하다. 이날 기준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29건으로 1년 전보다 12% 감소했다. 특히 중랑·동대문·구로·금천·노원구 등 중저가 전세 수요가 많은 외곽 지역에서 매물이 큰 폭으로 줄었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몰렸지만 정작 선택할 수 있는 전셋집은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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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에서 가격에 맞는 전셋집을 찾기 어려워졌고 경기지역에서 매수를 고민하더라도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한적으로 취급해 매수 여건도 녹록지 않다"며 "이에 서울 임차 수요 일부가 인천과 경기 전세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