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공사비를 낮추기 위한 '장기 공급계약' 방안까지 꺼내 들면서 모듈러 주택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주택공급 속도전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이 직접 물량 확보와 가격 협상 구상을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특별법은 발의 10개월째 국회에 묶여 있는 만큼 빠른 제도 정비가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인천 계양 3기 신도시 현장에서 태양광 사업을 예로 들며 장기 공급계약을 통한 모듈러 주택 시장 확대를 주문했다. 당장은 생산물량이 적어 단가가 높으나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해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관련 업계 업체하고 일종의 협정을 맺어서 총 얼마 분량을 시공하면 단가 얼마, 평균 가격으로 할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공사 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금융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안전성 검증도 함께 주문했다.
모듈러 주택은 주요 구조부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이다. 공장 생산과 기초공사를 병행해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보다 공기를 20~30% 단축할 수 있으나 공사비는 약 30% 높아진다.
무엇보다 제도화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다.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당 주택 공장 제작에 맞는 설계·감리 기준과 인증 체계를 마련해야 하지만 관련 입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여야가 공동 발의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아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당 법안 내 통합발주 특례를 놓고 전기·정보통신·소방업계가 분리발주 원칙 훼손과 저가 하도급 확대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세상이 변하는데 적응해야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때부터 모듈러 주택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2017년 9월 성남시는 LH와 도시재생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의 하나로 모듈러 주택 시범 도입을 협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3월에는 경북 안동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이재민 주거 지원에 모듈러 주택 투입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이철우 경북지사에게 집을 새로 지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조립식 주택 지원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모듈러 주택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2027~2030년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를 1만2000가구에서 2만가구로 늘리고 초과 공사비의 약 절반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LH의 의왕초평 22층·381가구 등 고층 공동주택 시범사업도 추진 중이다.
독자들의 PICK
지금 3,229명 읽는 중
특히 최근 국회에서는 모듈러 주택을 활용한 구체적인 공급 방안도 제시됐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2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정감사에서 서초 법조타운에 관련 공법을 적용할 경우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9757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사 이전계획과 해당 부지의 활용 가능성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하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거론한 계약 방식을 실제 발주계획으로 구체화하고 업종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이 과제"라면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공기 단축의 장점이 입주 시기를 앞당기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뉴시스] 조성봉 기자 =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인천 계양 공공주택지구에서 열린 주택공급 현장 간담회에서 주택공급 실행 계획 및 3기 신도시 첫 입주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20. suncho21@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113355235289_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