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움직임에 모든 시선이 쏠려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금융시장이 어떤 요인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미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발표되자 마치 모두 미국 정부가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듯 각국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처럼 시장은 어떠한 일관성을 보여주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날그날의 뉴스에 따라 영향을 받고 움직이는 것같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이슈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면서 애초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갈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세계경제의 펀더멘털을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위기 상황을 최소한의 희생 만으로 큰 무리 없이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어느 정도 자신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시장에서 잘못 행해지던 일들로 인해 발생한 오류들을 바로잡고, 또 모두 장밋빛으로만 바라보던 시장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면서 위험요소들을 건전히 다시 평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행중 다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돌아보면 기본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라는 컨셉트에는 리스크 요소가 내포되어 있었다. 게다가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의문시되는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고, 이 대출금을 다시 증권으로 재포장하여 투자자들에게 되판 행동은 무책임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책임을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전문가들과 그들이 참여했던 미성숙한 시장에만 돌릴 수는 없다. 거의 모든 사람이 글로벌 신용위기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신용시장에서 신뢰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인 것은 이것이 오로지 신용시장에서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신용위기 상황이 발생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서 자신들이 위험요소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왔기 때문에 예상되는 피해가 낮았다.
반면 몇몇 기관의 경우 시장이 잠잠해지길 바라며 뒤에 숨어 있거나 자신들의 피해 여부를 밝히지 않으려 하다가 오히려 시장에 불확실성과 근심을 증대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이러한 경우 이들은 지금 근시일 내에 피해 사실을 모두 드러내고 닥쳐올 불운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누가 지금 뜨거운 감자를 쥐고 있는지 모든 이가 알게 될 때까지 시장은 안정되지 않을 것이다.
설사 금융회사들이 큰 고통 없이 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 우리는 게임의 규칙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금융공학 전문가로 활동하는 일류 수학자들의 '혁신'적인 능력이 또한번 빗나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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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복잡한 수학공식을 바탕으로 한 계량적 모델을 이용한 것이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될 수도 있다. 금융시장이 수많은 감정적, 혹 비계량적 요소들에 의해 움직이고 반응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컴퓨터의 예측에만 의존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본인은 그 질문에 매우 부정적이다. 오늘날 현명한 조언을 해주는 많은 석학과 전문가가 막상 신용위기라는 시한폭탄이 터졌을 때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는 점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이라 믿기엔 너무 좋다'는 표현이 있다. 불행히도 오늘날 장기간의 안전보다는 단기간의 이익 만을 추구하려는 의식이 팽배한 현 사회에서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모든 개개인이 금융시장에 대해서 스스로 지식을 쌓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며, 경솔한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본인이 읽은 한국 시(時)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산뿐만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도 너무 빠르지 않게 올라가 내려올 때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하지 않는 편이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