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해놓고 불과 1주일 만에 말을 뒤집었는데, 어떻게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어요? 이건 정치 '논리'도 아니고 정치적 '오판'입니다."
한 시중은행 방카쉬랑스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당초 오는 4월 자동차보험 등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방카쉬랑스 4단계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행 한달여를 앞두고 돌연 철회됐다. 정부를 믿었던 은행은 참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은행권은 이번 결정이 총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오는 4월 치러질 총선을 의식해 정치권이 대형 보험사, 보험 설계사의 주장에 '굴복'했다는 얘기다. 정치권이 강경하게 나오자 정부 역시 한발 물러섰다고 성토한다.
어쨌든 정부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3년 전 결정한 사안인데, 시행을 코 앞에 두고 철회했으니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질만하다. 더구나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이미 시행을 1차례 연기했다.
나아가 '위헌 소지'까지 거론된다. 정부가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정부 정책에 따라 2005년에는 169억원을 투자했고, 4월 시행에 맞춰 전산투자에 41억원, 판매교육에 15억원을 각각 들였다. 그동안 투자했던 돈을 다 날리게 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회사라면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일"이라면서 "상대가 정부라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으나 앞으로 정부 정책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글로벌 금융허브'를 꿈꾸는 정부가 하루아침에 금융정책을 뒤집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단순히 방카쉬랑스 정책에 국한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애당초 시행에 자신이 없었다면 미리 대비를 했어야 옳다. 그때그때 바꾸는 정책은 아예 추진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