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평동의 SC제일은행 본점에는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 '덕분'에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이 한 손에 짐가방을, 다른 한손에 서류가방을 든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장을 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는 출입구를 통과할 때 일반 행원과 마찬가지로 직원 신분증을 차단기에 직접 대야 하며, 이를 도와주는 수행비서는 없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의전'을 중시한다. 때문에 에드워즈 행장의 '나홀로' 출장은 파격적으로 비쳐진다. 그는 SC그룹에서 서열 5위권에 드는 고위급 임원으로, 다른 지역 최고경영자(CEO)와 달리 지역본부를 거치지 않고 피터 샌즈 그룹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특권'을 가졌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스탠다드차타드(SC)는 임원의 의전에 힘을 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금융업'의 본질과 관계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장 등 고위 임원들의 의전을 챙기려면 전담 직원 등이 필요한데, 이것이 은행의 본질적인 영업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의 상무급 임원들은 자기 방조차 없다.
최근 전세계 금융시장과 굴지의 투자은행을 강타한 미국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에서 SC가 유독 돋보이는 실적을 발표한 것도 '본업에 충실하자'는 기업문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SC의 지난해 총수입은 111억달러로 전년보다 28% 늘었고, 세전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40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주가도 1년새 13%가량 올랐다.
씨티그룹 등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릴 때 SC가 쾌속성장을 하는 것은 기반이 취약한 미국시장 대신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시장 등에서 '본업'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SC그룹이 가장 많은 자산을 쏟아부은 한국에선 지금껏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토착화 과정에서 진통이 길어졌고, 경쟁 은행들과 비교할 때 외형도 아직 작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더욱 빛난 SC의 저력을 국내 은행들이 관과해서는 안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