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기업인이 본 '키코'의 위험성

[기고] 중소기업인이 본 '키코'의 위험성

머니투데이
2008.07.24 12:26
[편집자주]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를 놓고 중소기업과 은행권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영학박사 출신으로, 중소기업 대표를 맡았던 김영래씨가 '은행이 중소기업에 이렇게 위험한 금융상품을 팔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며칠 전에 한 수출중소기업의 경영인으로부터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한 자문을 요청 받았다.

사정을 들어보니, 지난해 12월에 거래 은행의 권유에 의해 KIKO (knock-in, knock-out) 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을 구매하였는데 최근 환율이 105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환차손을 헤지(hedge)하려고 구매하였던 이 파생상품이 환차손을 줄여주기는커녕 오히려 지난 6월까지 2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손실이 발생할지 몰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많은 다른 수출중소기업들도 거래은행의 끈질긴 권유로 이와 유사한 KIKO 파생상품을 구매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고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KIKO 파생상품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였다.

'Window Barrier Target Forward KIKO(2배매도) 옵션'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상품은 계약시점 수준의 환율로 계약환율(행사가격)을 정하고 계약환율보다 5% 정도 낮은 환율을 KO(knock-out)환율, 계약환율보다 2.5% 정도 높은 환율을 KI(knock-in)환율로 설정한다.

계약기간(1년 이상)동안 1개월 단위로 환율이 한 번이라도 KO환율까지 내려갔을 때는 상품발행자에게 계약금액을 계약환율로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여 환율하락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지만 KO환율이하로 하락할때에는 계약이 자동 파기되어 KIKO 파생상품 발행자는 더 이상의 책임을 면하게 된다.

반면, 환율이 KI환율 미만까지 올라갈 때는 시세환율로 달러자산을 매각할수 있으나, 계약기간 중 1개월 단위로 장중환율이 KI환율을 1회라도 터치(touch)하기만 하면 상품구매자는 상품발행자에게 환율이 얼마나 오르던 관계없이 계약환율로 계약금액의 2배를 의무적으로 매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이 상품 판매와 관련해 ① 모든 수출중소기업이 환율 하락에 대비하여 환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나 ② KIKO 파생상품이 환리스크 관리에 적합한 상품인가 ③ KIKO 파생상품의 계약조건이 상품발행자와 상품구매자 간에 공정하고 형평성이 있나 ④ 은행이 공정한 거래를 했나 ⑤ KIKO 판매로 은행들이 얻은 이익이 수출중소기업에 타격을 주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큰 것이었나 ⑥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은 없나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모든 수출중소기업이 환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는가에 대하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수출중소기업은 수출 결제조건이 현금 또는 수출상대방의 은행지급보증(L/C)에 의해 수출 즉시 결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수출대금 결제기간이 통상 1개월을 초과하지 않는 반면 원료수입에 대하여는 상환기간이 90일 또는 180일인 외화수입금융(USANCE)을 이용하기 때문에, 외화채권 규모와 외화채무 규모가 큰 차이가 없는 경우 환리스크에 노출되는 정도가 그리 크지 않게 된다. 높은 수수료(3%정도)를 부담하면서까지 파생상품을 구매하여 환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로 든 중소기업도 매출액의 50%를 수출하지만 원재료의 30%를 수입하고 있고 수입원료의 대금결제를 외화수입금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실적을 보면 외환차익과 외환차손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KIKO가 환리스크관리에 적합한 상품이었는가에 대하여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금융 ? 재무관리 관점에서 리스크(risk)는 예상치 않은 손실(unexpected loss)을 말하며 리스크관리라 함은 이러한 예상치 않은 손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KIKO는 환율이 5% 정도 하락할 경우에는 환율하락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지만 그 이하로 하락할 때에는 계약이 종료되어버려 환위험을 전혀 헤지할 수 없다. 반면, 계약기간 중 환율이 2.5% 정도 상승하기만 하면 계약금액의 2배를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계약환율로 매도하여야 하게 되어 있다. 즉 환율변동에 따른 예상치 않은 손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변동에 따른 예상치 않은 손실을 오히려 배가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KIKO가 상품발행자와 상품구매자 간에 형평성이 있는 공정한 상품인가에 대하여도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환율이 하락할 경우 상품발행자는 단지 계약환율보다 5% 정도 하락할 때 까지만 구매책임이 있어 안전장치가 되어있는 반면, 상품구매자는 환율이 계약환율보다 2.5% 정도 상승하기만 하면 계약금액의 2배를 의무적으로 매도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제한 없는 과다한 손실발생에 대하여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넷째, KIKO 파생상품을 수출중소기업에 판매한 은행의 행위가 공정한 거래행위이었는가에 대하여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불공정거래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 일반 상품거래와는 달리 파생상품거래에 있어서는 상품의 유용성과 한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금융 ? 재무지식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저임금으로 인하여 금융 ? 재무지식을 갖춘 고급인력의 확보가 불가능하여 금융상품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는 은행과 비교할 때, 파생상품거래의 위험에 대한 판단능력에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과 은행간의 거래에서는 거래은행이 신용제공을 중단하면 존속자체에 위험을 받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은행의 눈치를 보아야 할 형편이어서 거래은행의 파생상품 구매권유를 쉽게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KIKO 파생상품 판매행위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23조와 동법 시행령 제 36조의 자기의 우월적인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KIKO 파생상품의 판매로 은행들이 얻은 이익이 수출중소기업을 경영위기에 빠뜨릴 만큼 큰 것이었는가에 대하여는 은행이 소탐대실(小貪大失)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KIKO 옵션상품거래에 대하여 은행들은 일반 파생상품에서와는 달리 정해진 수수료 없이 상품발행자로부터 받아온 계약조건을 적절히 조정하여 이익을 취하였다고 하니 내용을 모르는 중소기업으로부터는 일반적인 파생상품판매수수료 보다 다소 높은 이익을 챙겼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만약 KIKO 파생상품을 구매한 중소기업이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손실로 부도라도 난다면 기존에 취급한 여신의 회수불능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파생상품거래에 의해 취한 이익과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은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책임이 없는가에 대하여는 해당 중소기업 대부분이 은행보다는 오히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에 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데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새 정부가 공약사항인 경제성장을 위해 고환율정책을 썼기 때문에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금융감독당국도 은행들이 이러한 위험한 파생상품을 팔고 있는 데도 방치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원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 정리하면 은행들이 환리스크관리가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환리스크 헤지에 적합하지 않은 파생상품을 판매하여 중소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야기하였고, 정부의 환율정책 또한 이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금융감독당국도 적절한 감독을 취하지 않아 많은 중소기업이 경영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KIKO 파생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파생상품을 중개하였을 뿐이기 때문에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모든 책임은 상품을 구매한 중소기업에 있다고 발뺌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서서 중소기업의 이러한 파생상품의 거래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보전하는 해결책(기존 여신에 대한 이자감면 또는 파격적 저리의 신규 여신 제공등)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도 늦었지만 은행들이 이러한 위험한 파생상품을 중소기업에 판매하게 된 경위와 중소기업의 피해정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향후에는 이렇게 위험한 금융상품이 중소기업에 판매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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