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언론포털 검색창에서 산업은행을 치면 리먼브러더스가 연관 검색어로 뜨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산은이 세계적 투자은행(IB) '이었던' 리먼을 인수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 이후다.
정작 산은에선 '리먼'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됐다. 임원급 인사들은 리먼이라는 말만 나오면 "아는 게 없다"고 손사래를 칠 정도. 파이낸셜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오락가락한 보도를 내놓을 때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가격협상에 차질이 있지만 불씨는 살아있다는 정도만 시장관계자들을 통해 알려질 뿐이다.
"좋은 상품은 비싸고 나쁜 상품은 싼 것이 시장원리라면 우리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사려는 거고 리먼은 더 비싸게 팔려는 것"이라는 산은 관계자의 말마 따나 리먼은 산은이 세계적 IB로 클 수 있는 매력적인 먹잇감임에 틀림없다.
2012년 민영화를 앞둔 산은의 발목을 잡는 건 정부의 그림자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정부 산하기관이 과도한 부담을 안는 주체가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나온 것보다 더 많은 부실이 나오면 그땐 곤란해진다"는 산은 관계자의 우려처럼 리먼의 추가 부실 가능성도 걱정스럽다. 리먼은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사정에 주가조작, 표절의혹 등 윤리적 문제로 굴욕을 겪고 있다.
산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고개를 든다. 브랜드만 남은 '리먼 리스크'를 떠안기보다 민영화가 됐을 때 가장 필요한 수신기능 담당기관을 인수하자는 얘기다. 취임 전 리먼 서울지점장을 역임한 민유성 행장의 공격적 성향과 민영화를 앞둔 산은의 '파격' 가능성 때문에 리먼 인수설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지만 현재로선 산은의 독자적인 결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산은지주회사와 한국개발펀드(KDF)로 나뉘기 전에 발행된 산금채에 대해선 민영화 후에도 정부가 보증한다는 26일 발표는 아직까지 정부 품속에 있는 산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도 모르는 직장' '돈잔치판'으로 굳어져버린 산은 이미지에 덧씌워질 여론의 역풍도 무시 못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