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수렁 탈출' 김대균 사장, 대구銀 지원으로 기사회생
"죽음의 문턱까지 간 우리(나). 백억을 잃고도 정신을 못차리고 나태하고,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지 않은지.(하루에도 수십번 읽어보자)"

대구 비산동에 위치한 서광무역 사장실 문엔 '비장'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김대균 사장(사진)이 지난해말 직접 썼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문구를 되새김질한다.
연유는 이렇다. 이 회사는 2년 전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 섬유수출을 하다보니 환헤지를 위해서였다. 덤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은행의 권유에 주저함이 없었다. 3, 4개 은행에 나눠 90만달러가량을 들었다. 월 매출이 350만달러니 '오버헤지'도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뜯어보니 키코뿐 아니라 '피봇' 등 변종상품도 많았다. 자고 일어나면 한달에 10억원씩 손실이 불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김 사장은 법정관리 신청까지 생각 했다. 그는 "정말 지옥의 문턱에 가본 심경"이었다고 회상한다.
다행히 대구은행의 '전폭적' 지원으로 '아찔'한 상황은 넘겼다. 거래은행들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손실을 대출로 전환해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외국계 은행과 얼굴을 붉히는 감정싸움도 벌였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잠재력을 믿고 끝까지 밀어준 대구은행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서광무역은 섬유업체로는 드물게 정부가 지정하는 기술혁신기업(이노비즈)에 선정된 업체이며, 대구시에서 지정한 우수 중소기업(스타기업)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툭툭 자리를 털고 다시 일어섰다. 그는 30년 외길, 오로지 섬유에만 매달렸다. 다시 태어나도 '섬유'를 택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섬유가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단번에 자동차업종과 비교한다. 자동차부품업은 1개 라인에서 하나의 상품만 생산된다. 하지만 섬유업은 다르다. 한 공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만큼 트렌드에 민감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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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을 역공략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시장을 둘러본 김 사장은 "중국은 한 공장에 700여대 기계를 들여 12가지밖에 상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면서 "반면 우리는 기계 몇 대로 30여가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만든 제품을 만들어 팔면 '백전백패'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쓰면 중국은 오히려 무한한 시장이란 얘기다. 이를 간파하고 지난해 중국바이어들과 계약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그러나 '키코'에 발목이 잡혀버렸다. 올해 김 사장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