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이어 동유럽까지 경제위기가 급박하게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고, 각국에 도미노현상을 불러오는 모습이다.
우울한 소식을 '나라 밖의 일'로 치부하려는 분위기도 일부 있으나 그러기에는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율상승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호재로 받아들여지나 현재처럼 수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선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독(毒)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경험상 기업들은 위기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특히 다양한 해외사업을 하는 곳은 내수기업보다 발달한 촉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수출기업들은 수년간 글로벌화 및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정보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세계 곳곳에 설립한 현지법인 및 사업부를 통해 현지기업들의 분위기뿐 아니라 깊숙한 속사정까지 접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의 임직원을 만나보면 이들의 리스크 관리만큼 허술한 게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위기상황을 인지하는 건 빠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가 있고 사전대응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곳이 많다. 느낌만 있을 뿐 위기를 진단하는 분석틀은 미진하다는 얘기다.
그 예로 A사는 지난 연말 동남아 농산물 생산업체 B사의 부도로 큰 손실을 봤다. 양사의 거래는 수년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터지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B사의 내부정보를 입수했는데, 현금흐름과 수익성은 물론 다른 기업들과 거래도 양호했다. 그러나 유럽에 있는 B의 모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사건이 발생한 후 드러났다. 모회사의 유동성 위기로 자회사들이 도미노 파산한 것이었다.
이런 사례는 단순하면서도 자주 반복된다. 특히 해외기업들은 계열관계가 법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기업이 다른 기업과 합작업체를 설립했는데 지분 대신 로열티 계약을 해 운영하는 경우다. 실질적으론 자회사지만 법적으론 그 형태가 드러나지 않고 결과적으로 모회사에 대한 위험을 간과하기 쉽다.
물론 이런 것들은 거래기업의 기업관계도(Family Linkage)를 분석하거나 글로벌 신용정보기관에 등록된 자료를 열람하는 방식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모기업뿐 아니라 기업간 거래관계나 자금흐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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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은 이처럼 쉬운 길보다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를 맹신하려는 경향이 짙다. 문제가 터진 후 문제를 인식하지만 뒤늦은 후회다. 이밖에 위험을 진단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도 이를 유의미하게 분류,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잘못된 정보를 통해 실제 상황을 오인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은행 등 금융권의 노하우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현금흐름, 사업관리 등 종합적인 경영컨설팅을 해주는 곳이 많다. 기업들의 정보를 취합, 평가하는 신용정보 조사기관들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건 보다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기업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까닭은 그만큼 정제된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데이터베이스 관리 및 리서치에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까닭이다. 정보의 가치는 평상시보다 위기상황에서 진정으로 빛난다. 위기관리는 입으로만 강조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