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여성 행원만 보험파는 이유

[현장클릭]여성 행원만 보험파는 이유

정진우 기자
2009.07.22 16:26

30∼40대 남성 직장인 공략 효과적?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보험사기범밖에 없을 겁니다."

얼마전 A보험사 직원에게 들은 우스갯소리로, 보험상품 팔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보험은 가입을 꺼리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 SC제일은행이 지난 3월 선보인 방카슈랑스의 홍보 사진(제공: SC제일은행)
↑ SC제일은행이 지난 3월 선보인 방카슈랑스의 홍보 사진(제공: SC제일은행)

수년 전부터 은행에서도 방카쉬랑스(방카)라고 해서 보험상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저축성, 보장성, 연금보험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은행 영업점에 가보면 여성행원들만 방카를 팔고 있습니다.

'방카'라고 적힌 창구엔 여성행원들이 앉아 있고 '대출' 창구엔 주로 남자행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최근에 둘러본 대치동과 여의도에 있는 10여개 영업점 모두 그랬습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IMF외환위기 이후 남성 보험설계사가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런 풍경은 조금 '수상'합니다. 대형 보험사의 남성 설계사는 2000∼3000명에 달하는데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은행들은 여성행원에게 보험을 전담토록 한 데 나름의 이유를 댑니다. 우선 '꺾기' 관행을 없애라는 금융당국의 권고가 빌미가 됩니다.

당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영업점의 보험 판매창구가 분리됐습니다. 은행들은 창구에서 오래 상담받는 고객들을 상대로 방카세일즈에 나섭니다. 이들 고객은 아무래도 30∼40대 남성 직장인입니다. 주택구입 등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긴 상담이 필요하죠.

↑ 제공: 국민은행
↑ 제공: 국민은행

이들에게 보험을 팔려면 여성행원들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보험상품의 성격상 같은 설명이 여러 번 이뤄지기 때문에 여성들이 더 적합하다고 합니다.

B은행 관계자는 "국내 정서상 여성들은 평소 알고 지내는 이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지만 남성들은 다르다"며 "은행에 들렀다 여직원의 권유로 보험에 드는 남성이 많다"고 전합니다.

여성행원들이 주로 수신업무를, 남성행원이 대출 등 여신업무를 담당하는데 방카쉬랑스는 수신 성격이어서 여성들이 맡는다는 게 또다른 이유로 꼽힙니다. 일부 영업점에선 여초 현상도 배경으로 제시합니다. 남성직원보다 여성직원이 월등히 많아 여직원이 직접 보험을 팔아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성행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입니다. C은행 여성행원은 "이달들어 저축성보험을 하나 팔았다"며 "카드나 다른 상품보다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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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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