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상품에도 저작권 도입한다면

[기자수첩]금융상품에도 저작권 도입한다면

오수현 기자
2009.10.26 08:38

"혁신적인 금융상품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때론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혁신이 필요하지만 그 안엔 여러 위험 요소가 내재돼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지난주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09 대한민국 금융혁신대상' 시상식에서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건넨 축사 중 한 대목이다. 각 금융권별 최고의 혁신상품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는 행사에서조차 금융혁신의 양면성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에서 지난 1년간 금융위기와 맞서 싸우며 그가 느꼈을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이 부위원장은 금융의 본질은 리스크 관리에 있으며 대부분의 금융혁신 상품은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파생상품으로 대표되는 이런 혁신상품이 등장했다고 해서 리스크 총량이 감소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런 혁신상품이 무분별하게 복제되면서 리스크가 확대되는 경향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혁신상품 속 위험요소가 가장 극적으로 표출된 사건이 바로 금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일 것이다. 즉 혁신상품에 대한 이해 없이 무분별한 투자에 나설 경우 위험을 회피하기는 커녕 위험이 배가된다는 사실이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런 폐해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혁신적인 금융상품에 저작권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무분별한 복제를 막으면 혁신상품 내 선기능을 살리면서도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혁신상을 수상한 상품들은 모두 투기성 상품과는 거리가 먼 건전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의 금융상품들이었지만 수상을 위해 자리에 모인 각 금융기관 경영진들은 이 부위원장의 제안에 상당히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금융상품에는 저작권 개념이 모호해 한 업체에서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으면 경쟁사들이 이를 베껴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 경우 많은 비용을 상품개발에 투자한 업체들이 되레 손해를 보게 돼 금융기관들의 상품개발 의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리스크 요인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품이 확대 재생산 되면서 위험이 증대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금융상품에도 저작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해답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