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디서 제일 먼저 사용했는지 모르겠어요. 뚜렷한 정의가 없으니까 각자 자기 상황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한국은행 관계자)
글로벌 금융위기 먹구름이 물러나면서 시장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다. 출구전략 시행이 곧 경기회복을 뜻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추상명사처럼 쓰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출구에 포함되는지 일반적인 합의가 없다. 혼선을 빚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외화유동성이 회수되고 위기시 시행된 일부 긴급조치의 일몰이 이뤄진 만큼 출구전략의 서막이 올랐다고 보는 의원이 있었다. 반면 기준금리가 올라야 출구를 빠져나왔다고 보는 의원은 줄곧 금리인상 시점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단어를 놓고 다른 해석을 하니 질의는 겉돌 수밖에 없었다.
국감을 받던 이성태 한은 총재는 "출구전략은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난감함을 토로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출구전략의 정의에 대한 질문에 "전통 경제학 용어는 아니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 했다.
출구전략만큼 빈번히 나오는 '더블딥'(Double Dip)은 더 모호하다. '두번 떨어진다'는 의미인데 떨어지는 정도가 얼마나 돼야 침체로 볼지가 문제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어떤 이는 마이너스로 가야 더블딥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경기가 일부 회복된 후 다시 아래로 꺾이기만 하면 더블딥이라고 주장한다.
더블딥을 거론하는 이가 늘고 있지만 더블딥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총생산(GDP)의 깜짝 성장 등 장밋빛 지표에 너무 고무돼선 안된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남용되면 실체없는 불안감만 키운다.
출구전략과 더블딥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선 사용자부터 좀더 친절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간연구원은 "출구전략을 얘기할 때는 그 범위와 수단을 구체적으로 진술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사용할 때마다 논점을 분명히 해야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