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공상태의 두바이사태

[기자수첩]진공상태의 두바이사태

배성민 기자
2009.12.07 07:19

두바이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이 잠시 충격을 받았다. '잠시'가 붙는 이유는 주식 및 외환시장이 사태 발발 전후에 요동쳤지만 이내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때문이다.

두바이 사태 전후로 기민하게 움직인 것은 금융시장만은 아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일요일(지난달 29일)에도 회의를 열어 불안심리 차단에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가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가결한 것은 하루 뒤다.

하지만 가결시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두바이 사태가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위기 수습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법안을 처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금융당국의 불만이다. 지난 4월에 마련됐다 유보된 개정안에서 몇가지가 바뀌면서 사실상 극도로 제한된 한은 단독조사권을 법안에 넣는 것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있다.

상황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조짐도 보인다. 제한적 조사권 외의 일부 조항에 대한 불만이 다시 나오고 있고 또다른 등장인물인 정무위원회도 '한은법 개정관련 입법절차 시정요구 결의안'을 3일 채택했다.

정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한은법 개정 속도조절론을 펼쳤다. 소위의 4월 개정안에 대해서는 추가 의견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었고 기관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테니 지켜봐달라고도 했다. 반면 한은과 기획재정위는 법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정부가 계속 미루는 데 대해 불편해 한다. "더 논의해보고"를 되뇌지만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백드래프트 현상이란 것이 있다. 화재시 공기가 부족해 잠시 불이 꺼진 듯 보이다가도 산소가 갑자기 공급되면 순간적으로 불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위기는 관찰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데다 공감대마저 없을 때 외부 충격으로 쉽게 확산된다.

현재 한은법 논쟁의 목적도 결국 위기를 먼저 포착해 대응력을 높이자는 것인데도 불신으로 상호 이해의 진공상태가 완연하다. 두바이 사태와 금융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기획재정위원회 회의는 7일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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