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 안에 갇힌 한국은행

[기자수첩]독 안에 갇힌 한국은행

이새누리 기자
2010.02.07 15:24

요즘 한국은행에선 금리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정부의 열석(列席)발언권이 11년만에 부활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격해졌다.

금리인상 근거는 많다. 앞으로 내수회복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이 커질 거라는 점은 이미 구문이 됐다. 저금리기조가 오래되면 그렇잖아도 커진 부채 부담이 더 증폭돼 부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꼽혔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지금 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올라 부실이 늘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저금리 상태가 유지되면 대출이 더 증가한다"며 "결국 금리는 오르게 돼 있는데 그만큼 부실규모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에 들어온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우려가 있어 선제대응을 하자는 의미다. 얼마 전 중국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탓에 증시와 환율이 휘청거린 것도 같은 맥락이란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적거리는 사이 미국이 우리보다 금리를 먼저 올리면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져 또 한번 금리인상 명분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일단 정부에서 막힌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운신의 폭이 좁은 정부가 조기 금리인상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에선 "이번 정부가 끝나기 전에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냉소 섞인 농담도 들린다. 지난달 열석발언권이 부활한 뒤 아예 자포자기한 분위기도 있다.

운도 따라주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금리인상 요인으로 지목됐던 집값상승은 규제강화로 완연히 안정세를 찾고 있다. 거기다 대외리스크까지 불거졌다. 일부 유럽국의 재정적자 우려로 금리동결 가능성에 쐐기가 박혔다.

이성태 한은 총재 임기 전 금융통화위원회는 두 차례 남았다.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은 5% 안쪽"이라는 한 채권시장 관계자의 예상처럼 이번 달에 금리를 올릴 거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통화정책 독립성을 강조해온 이 총재가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온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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