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이 망하는 두가지 이유

[기자수첩]은행이 망하는 두가지 이유

정진우 기자
2010.02.15 11:37

지난 7일 금융위원회 의뢰로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 등 3개 연구기관이 2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보도 자료만 62쪽에 달했고 요약본 책은 250쪽이 훌쩍 넘었다.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 보고서를 위해 박사 30명이 7개월간 달라붙었다.

연구원들은 이 보고서에 우리나라 금융의 미래 비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금융리더'가 돼 시스템 안정, 경쟁력 강화, 글로벌화, 시장 효율성, 인프라 선진화 등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비전의 방점은 '대형화'와 '인사시스템 개선'에 찍혔다.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국내 은행을 1~2개의 글로벌 지향형 대형은행 중심으로 재편하고, 은행의 임원과 사외이사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이런 방식이 은행 선진화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곱씹어볼 문제다. 1980년대 이후 정부의 금융 자율화 정책으로 은행들은 성장을 거듭하며 덩치를 키웠다. 큰 은행 순으로 '조상제한서(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라는 게 있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하나 둘 쓰러지더니, 인수합병을 통해 '국신우하(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으로 재편됐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인사는 "은행이 망한 건 '여신(대출)'과 '인사' 딱 두 가지 이유 뿐"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은행이 대출을 잘 못해줘서 망했고, 인사를 제대로 못해 공중 분해됐다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것은 그 배경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환위기 때 실제로 경험했던 이 모든 게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줬다가 큰 손실을 입었고, 인사문제로 시끄러운 은행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도 여전하다.

이번 금융 산업 관련 비전을 담은 보고서는 공교롭게도 외환위기 이후 13년 만에 나온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이 보고서 내용을 정책으로 채택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했다. 비전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잘 나가던 은행이 하루아침에 망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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