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형님'은행과 아우 회사들

[기자수첩]'형님'은행과 아우 회사들

배성민 기자
2010.03.12 07:18

새 출발을 상징하는 3월에 한해를 마무리하는 성적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다. 금융권으로 따지면 3월 결산법인 보험사들이 대표적이다.

은행계열 보험사들은 더 특별하다. 회사 차원의 3월 결산뿐 아니라 지주사를 위한 연말 기준 결산으로도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터다.

이익이든 덩치든 금융지주사들의 맏형은 은행이다. 지주사 실적발표는 자연스레 은행 쪽으로 관심이 쏠린다. 은행 계열 보험사라면 4월쯤 자체 연간 실적 발표를 하더라도 지주사(주로 은행)의 1분기 실적에 치인다.

은행 계열 금융사들은 성적표만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반장(해당 금융사 사장) 선거도 쉽지 않다. 반장 후보는 대개 상급 학교나 고학년(은행)에서 내려온다. 애써 뽑은 반장이라도 학년을 못 채우는 일도 많다.

상급학교 회장님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탓이다. 회장들은 하급학교의 반장으로 함께 일한 부회장이나 임원들을 앉히고 싶어 한다. 그래야 자신에 대한 반감을 누르고 충성심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출신의 한 금융사 사장은 “은행이 형님이고 우리는 동생이다. 형님을 도우면 된다. 형님만 잘 된다면…”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형님을 넘어서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이다. 그 자신도 언젠가 큰 형님이 될 수 있다는 야망 속에 자기네 학급 학생들은 뒷전으로 내몰기도 한다.

일 잘 하는 다른 학교 출신 반장이라도 결국 바깥사람일 뿐이다. 회장이 바뀌는 상황이라면 자연스레 연대 책임이 물어진다. 고분고분한 내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거 학급 통솔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최근 금융사(은행, 증권, 보험)들의 지상 명제는 해외 진출이다. 해외 유학이나 취업을 나서는 학생들처럼 말이다.

비은행 계열 대형 보험사 사장은 “은행과 달리 보험사는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고 최근 자신감을 드러냈다. 의사 결정 구조도 빠르고 은행만큼 기간산업으로 여겨지지 않아 제약도 없다는 이유다.

은행들은 증권, 보험, 카드 외에 해외 주도권까지 비은행 회사에 내줄지 모른다. 국내 우등생이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학교 밖(해외)에서는 회장도, 반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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