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는 감독원이다'

[기자수첩]'나는 감독원이다'

박재범 기자
2011.04.0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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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정명(正名)론이 있다. 이름과 본질이 상응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역설적으로 이름과 본질이 제대로 맞지 않는 세상을 향한 비판도 담겨 있다.

최근 화제가 된 TV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좋은 예다. 가수는 노래 부르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정명'이 얘깃거리가 된다. '가수'가 노래보다 다른 것으로 인식돼 온 탓이다.

조직 개편을 앞둔 금융감독원을 봐도 이 '정명'이 떠오른다. 금감원 조직도를 펼쳐보자. 현재 금감원은 10본부 체제다. 2명의 부원장과 8명의 부원장보가 맡고 있다.

재밌는 것은 10개 본부중 '서비스'란 이름이 붙은 곳이 7곳이나 된다. 은행업서비스본부, 보험업서비스본부, 금융투자업서비스본부 …. 감독서비스총괄본부, 회계서비스본부도 있다. 일반인은 물론 금융회사 직원들이 봐도 뭐하는 곳인지 알기 힘들다.

산하 27개 부서 중에선 절반이 넘는 14개 부서가 '서비스국'이다. 은행쪽만 봐도 은행서비스총괄국, 일반은행서비스국, 특수은행서비스국이 있다.

감독당국이 하는 '서비스'가 뭔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 이들 부서가 하는 일은 은행에 대한 검사와 감독. '서비스'와 무관하다. 3년전 '시장 친화'란 명분 하에 '서비스'란 이름을 가져왔단다.

위압적 느낌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었다지만 평가는 싸늘하다. "(금융회사를) 때리고 압박하는 게 서비스냐"는 금융회사의 비아냥은 논외로 치자.

금감원 내부의 자조도 못지않다. 금융회사 감시·검사·감독 업무를 '서비스'라 칭한다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 제 일을 드러내지 못하니 본업을 하는 게 마치 잘못이라는 생각도 든단다.

권 원장의 취임 일성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검사 기능 강화'. 이를 위한 조직 개편도 얘기했다. 그 과정에서 금감원 각 부서에 '정명'을 해 주는 것은 어떨까.

"동정과 온정은 없다"는 권 원장의 말도 낯간지러운 '서비스'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검사' '감독'의 이름을 그대로 돌려주자. 이름만으로도 역할과 임무를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금감원은 말그대로 '서비스원'이 아니라 '감독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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