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정과 온정은 없다."
권혁세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일성은 단호했다. 금융회사는 물론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금감원 내부를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다.
권 원장은 금감원과 관련 얘기를 할 때마다 '검사'를 수차례 강조했다. 처음도, 끝도 검사였다. "검사가 금감원의 존재 이유"라는 인식에서다.
권 원장의 막연한 느낌에서 나온 결론은 아니다. 권 원장은 금감원과 몇 년간 호흡을 맞춰왔다. 권 원장이 재정경제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로 넘어온 게 2007년 4월. 그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부위원장등을 거쳤다.
4년간곁에서 지켜본 금감원의 장단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권 원장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등 두가지만 분명히 하면 된다"며 "이 토대가 되는 게 검사"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금감원이 검사를 뒷전에 놨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검사에 방점을 찍으면서 금융회사를 향해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개별 상품 심사하고 감독하는 것에 금감원이 나설 필요는 없다. 그런 거 잘 해 준다고 고마워하고 그렇지 않다고 서운해 하고…. 지금 필요한 것은 큰 틀의 검사와 감독이다. 이것만 분명히 하면 된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검사 때) 동정은 없다.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용서도 잊어라"
권 원장은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징후가 포착되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런 방침은 자연스레 금감원 내부의 검사 기능 강화로 이어진다. "현장 검사는 싫어하고 사무실에 앉아 감독만 하려는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게 권 원장의 구상이다.
현장에서 검사를 하면서 제재할 것을 추리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은 감독 파트로 넘기는 등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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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원장은 금융현 장이 전쟁터이고 지금이 '전시'라고 규정했다. "전시 상황에선 칼 들고 싸우는 사람이 최고"라는 말도 했다. 젊은 직원은 반드시 한번 현장검사를 거치도록 하겠다거나 검사 인력을 확충하는 대신 후방 지원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구상 등도 맥을 같이 한다.
조직 개편은 이미 시동이 걸렸다. 2008년 통합됐던 검사 업무와 감독 업무의 분리, 검사 업무 총괄 본부 설치 등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검사와 감독의 기계적 분리에 대한 비판 등을 고려할 때 최종 확정까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 원장은 "조직 체계에 얽매이기보다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운영을 효율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관료 생활을 마치고 새 조직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권 원장. 그는 소회 대신 "조직 구성원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마찰 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능력과 조직에 대한 충성이 최우선"이라며 "조직을 직원의 사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