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사업의 두 공동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의 정상화 해법이 두 달 여 만에 가닥을 거의 잡아가고 있다. 삼부토건은 이번 주 안에 법원에 법정관리 철회를 신청할 전망이다. 반면, 동양건설은 현재로선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건설사의 운명이 갈린 건 대주주의 회사 정상화 의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삼부토건은 대주주가 일찌감치 금융권의 신규자금 지원의 대가로 알짜배기 호텔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양건설은 대주주의 지원 의지가 애초부터 적었다. 동양건설이 법정관리를 면하지 못할 경우 LIG그룹의 부실 계열사(LIG건설) 꼬리자르기의 후속편이란 비판이 가혹하게 들이지 않는 이유다.
기대와 달리 두 건설사를 모두 자체 회생의 길로 유도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헌인마을 사업 관련자들과 두 건설사를 둘러싼 채권 금융회사의 이해관계, 저간의 복잡한 협상 방정식을 고려하면 삼부토건만이라도 법정관리가 철회되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만하다. 건설사와 금융회사, 투자자가 모두 '공멸'하는 길은 일단 피했다는 점에서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해 말부터 은행권과 건설사(대주주)들은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수없이 각을 세웠다. 한솔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등 대기업 계열에 속한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다. 은행들은 "대기업들이 경기가 어려워지자 부실 경영책임을 금융권에 떠넘긴다"고 비판했다. 기업은 기업대로 "부실 전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양쪽 논리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은행들은 이미 공언한 대로 모그룹의 신용만 믿고 부실기업을 정상기업으로 분류하던 '온정주의'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털어내야 한다. 기업들도 부실숨기기에 급급하다 결과적으로 이해관계자들에 피해를 끼치는 일을 반복해선 곤란하다. 은행권이 5월 말 시한을 넘겨 상시 기업신용평가 작업을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평가의 제1잣대는 '원칙'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