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 간부의 특별한 청탁

[기자수첩]금감원 간부의 특별한 청탁

박종진 기자
2011.07.12 15:38

얼마 전 사석에서 금융감독원 한 간부가 '은밀한' 부탁을 했다. 기자에게 하는 부탁이란 게 으레 그렇듯 기사청탁이었다. 하지만 조금 특별했다. 본인 업무와 상관없고 자기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 얘깃거리도 아니었다.

내용은 이렇다. 검찰에 체포돼 구속된 금감원 직원 중 A씨가 있는데 곧 1심 재판을 받을 예정이니 만약 무죄로 나온다면 꼭 짧게라도 기사화를 해달라는 당부다. 이 간부가 보기에 이 직원은 정말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안타까움이다. 실제 적지 않은 주위 동료들도 A씨가 누명을 썼다고 믿고 있다.

A씨는 이번 금감원 위기사태 때 뇌물혐의로 잡혀갔다. 그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코스닥 사기꾼'들에 맞서 싸우는 일을 해왔다. 당시 그의 구속은 '금감원=비리집단'이라는 여론 형성에 중요한 길목이 됐다. 언론은 너도나도 '금감원 비리직원 잇따른 구속'으로 대서특필했다. '조직적 비리'라는 표현도 이즈음 본격 사용됐다.

"행여 무죄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누가 알아줍니까. 한번 낙인찍히면 끝이죠." 한 금융권 인사는 언론보도 행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솔직히 틀린 말이 아니다. 범죄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검찰 수사발표에는 흥분하면서도 시간이 흘러 이슈가 사라지면 언론의 관심도 식어버린다.

낙인과 사회적 매장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소중한 한 생명을 앗아갔다. 지난 5월 금감원 부산지원의 한 직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이 남들과 똑같이 저축은행에서 돈을 찾았을 뿐이지만 금감원 직원이라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대다 괴로움을 못 이겼다.

이번 저축은행 비리사태로 검찰에 불려가고 구속까지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억울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조차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인사도 분명 있다. 편들었다가 괜한 오해를 살까봐 대놓고 말만 못할 뿐이다.

물론 부정과 비리척결에 눈곱만큼의 온정도 있어선 안 된다. 죄가 있는지 역시 사법부가 판단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사후적으로라도 억울한 사람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 단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억울함을 누군가는 풀어줘야 한다. 누명처럼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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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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