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액 카드결제 거부, 누구를 위했나

[기자수첩]소액 카드결제 거부, 누구를 위했나

김유경 기자
2011.10.13 15:16

"잔 돈 없어요? 그럼 카드로 결제하는 게 더 좋은데.."

집 앞 도로에서 전철역까지 딱 기본요금 나오는 출근길. 카드 결제가 미안해서 현금 1만원을 내자 택시기사가 한 말이다. 1~2년 전만해도 1만원 미만 결제에 대해 카드를 내밀면 인상이 구겨졌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실제로 서울시가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7월말 현재 서울 택시 이용객 절반이 카드로 요금을 내고 있고, 이 중 71%가 1만원 미만 소액 결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카드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잔돈이 생기지 않고, 현금이 부족해서 미터기를 쳐다보지 않아도 되고, 잔돈을 받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택시에 휴대폰이라도 흘리면 영수증에 찍힌 연락처로 전화해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택시기사 입장에서도 영업에 도움이 된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객을 뺏기지 않아도 되고, 택시 요금을 떼일 우려도 없다. 전산장애로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요금을 못 받게 되더라도 카드사에서 확인한 후 변제해주니 안전하다. 택시기사 역시 잔돈을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택시뿐일까. 편의점, 커피전문점, 음식점 등 일상적으로 1만원 이하 결제가 빈번한 곳에서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카드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카드결제에 점점 더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1만원 이하 결제 거부에 대해 반기는 이도 없다. 애초에 논란거리가 될 사항도 아니었다는 말이다.

결국 금융감독당국이 민감한 시기에 논란거리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미국, 캐나다가 10달러 미만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서 세계적인 추세라고 볼수는 없다. 또 실제로 가맹점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가맹점을 위한 것인양 법안 개정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 역시 경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금액에 관계없이 카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이유는 사실 자영업자들의 부실한 세금 신고 때문이었다. 정부도 카드 사용 확대로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었으니 혜택을 입은 것이다. 법을 바꿔서까지 불편한 것으로 돌아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해당사자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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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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