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 수수료 인하가 아쉬운 이유

[기자수첩]은행 수수료 인하가 아쉬운 이유

배규민 기자
2011.10.27 16:55

"다른 은행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서류는 다 준비했는데 몇 %의 칸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수수료 체계 개선안을 제출하기 하루 전인 지난 24일 밤 은행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폭을 놓고 끝까지 고심했다. 인하폭을 몇 %로 하느냐에 따라 수수료 수입의 감소분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펴다가 결국에는 자동화기기(ATM)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한 대형은행은 다른 은행들이 예상외로 수수료를 많이 낮추자 뒤늦게 은행장이 추가 수수료 인하를 지시해 저녁에 자료를 내는 해프닝도 벌였다.

이번 수수료 인하과정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남겼다.

일부 은행은 5만원 이하의 소액 인출만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일반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10만원 초과의 타행 송금만 대폭 낮추는 등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이렇게까지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너무 하지 않냐"면서 여전히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불만을 제기하지는 못하고 있다. 울상을 지으면서도 "시키면 해야죠"라며 이내 고개를 숙인다. '탐욕'을 앞세우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분류돼 몰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벌써부터 줄어든 수입을 어디서 메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대출 금리상승이나 다른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물론 이 같은 우려는 크고 길게 보지 못하고 급하게 밀어붙인 정책 당국의 행보에 기인한다.

금융당국이 은행 수익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관여할 수 없다면 자연스러운 압력을 통해 길게 보고 해결했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탐욕만 앞세우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흐름에 편승해 압박한 결과가 소비자 편익의 크기와 질을 얼마나 보장할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방안을 모색하려고 '갈력진능'(온갖 힘과 능력을 쏟아냄)하려는 태도를 보일 수는 없었을까? 이 대목에서 안타까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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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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