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만능 신용카드, 그 비용은 누가 낼까

[기자수첩]만능 신용카드, 그 비용은 누가 낼까

박종진 기자
2011.10.31 15:31

"신용카드는 신성불가침이 돼버렸습니다."

카드시장 구조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2의 카드대란'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회자돼도 건드리기가 힘들다. 수술에 들어가려고 하면 카드업계, 가맹점,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들고 일어난다. 수술은커녕 메스를 들어보지도 못하는 판국이다.

최근 수수료 인하 문제,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부허용 논란 등이 그랬다.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못한 채 무산되거나 여론의 맹폭에 밀려 급히 처리되는 모양새다.

이제는 포인트 혜택 감소가 화젯거리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감소를 포인트 제도를 손질해 메운다는 비난이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기보다 서로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하다.

핵심은 사실 간단하다. 신용카드는 공짜가 아니다. 어쩌면 꽤나 비싼 결제수단이다. 외상결제를 하려면 누군가 신용공여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카드발급부터 결제과정, 정산작업 등에 필요한 인력, 시스템 관리비용이 든다. 하다못해 카드 인식이 안되거나 전산망에 장애가 생기면 고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비용을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편리성은 물론 각종 할인혜택과 포인트가 당연시된다. 카드는 비용을 내고 쓰는 게 아니라 보상을 받고 '사용해 주는' 개념이 됐다. 거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명목으로 정부도 먼저 나서 온갖 제도적 지원을 퍼부어왔다. 카드를 쓰는 게 곧 '절대 선(善)'인 것처럼 인식됐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카드결제를 거부한다고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나라, 마트에서 영화관에서 외상 한다는데 할인 해주고 갖가지 부가서비스를 주는 나라,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는 새 가계부채는 900조원를 넘나들고 카드사용액은 올해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빚 권하는 사회에 모두가 취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소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은 위력적이다. 한번 편리한 걸 경험하면 포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라도 쓴 소리를 받아들이고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시장논리에 맞게 혜택을 보는 주체들이 비용을 나눠 부담해야 한다. 감당이 힘들면 안 쓰는 게 답이다. 자칫하다 모두 다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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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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