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20% 비싸게 3자배정 유증 검토
창립 60년만에 최대 시련을 겪고 있는 금호그룹의 박삼구 회장이 지난 2010년 10월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데 이어 개인 최대주주로 귀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2010년 11월 금호산업의 대규모 감자로 지분율이 0.02%로 떨어졌는데, 이번에 2200억원의 유증에 성공하면 1년6개월여만에 채권단을 제외한 개인 최대주주에 다시 오르게 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번주중 회의를 열고 금호산업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 방안을 확정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박 회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3자 배정 유증 처리 여부다. 그동안 주당 유증 가격을 놓고 재무적투자자(FI)들과 박 회장 간 이견이 컸지만 최근 의견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박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시가보다 20% 정도 할증한 금액으로 유증에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평균 주당 2만2500원에 지분을 보유중인 FI들은 박 회장이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유증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가가 7000원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 금호측이 FI 설득에 나섰고, 양측이 서로 절충점을 찾아 시가에 20% 가량 프리미엄을 붙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말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지분 10.45%를 매각해 3500억원(세후)의 자금을 확보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자금을 마련해 유증 참여의사를 보이는 만큼 다른 대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박 회장 외에 유증에 나설 주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대주주를 대상으로 유증을 진행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채권단은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지분을 우선 취득할 권리를 옵션으로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오너가 신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을 굳이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이번 유증 참여로 확보할 수 있는 금호산업 지분율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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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이 2200억원 규모로 박 회장에게 유증 참여를 결정할 경우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17.5%(시가 7790원 기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FI를 포함한 채권금융기관들의 금호산업 지분율은 현재 약 90%에서 유증 이후에는 70%대 초반으로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이 32.1%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도 박 회장이 일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호타이어도 금호산업처럼 박 회장을 대상으로 11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어서 박 회장 오너 체제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박 회장의 유증 참여는 워크아웃 체결 당시 오너의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는 차원이기도 하다는 게 채권단 설명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는 것과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졸업은 별개 문제"라며 "유증 이후에도 채권금융기관들의 금호산업 지분율이 70%대에 달하는 만큼 채권단이 경영 전반에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앞으로 금호산업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의 흑자 경영 가속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유증에 참여하면 금호그룹과 금호석유화학과의 완전한 계열 분리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박찬구 회장체제인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는데,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유증에 참여하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금호그룹과 관계를 끊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