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예대율도입·보험건전성 은행수준 강화..."당국, 거시감안 대책은 예상수준"
금융당국이 26일 내놓은 '제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은 지난 해 6월 말 발표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의 후속편이다. '종합대책'이 은행 가계대출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보완대책은 상호금융회사와 보험회사 등 2금융권을 타깃으로 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2금융권 가계대출이 우리 경제의 잠재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질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선 그러나 이번 대책이 예상했던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당국도 부동산 시장이나 거시경제, 서민금융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가계대출 규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보험·여전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은 최근 몇 년 사이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늘고 있다. "2금융권이 한국 가계부채 문제의 '주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전체 가계대출(한국은행 가계신용 기준)은 858조1000억원이다. 전년 말 대비 증가율은 7.6%로 2010년 증가율(8.1%)보다 조금 낮았다. 금융당국의 종합대책 발표 후 은행 가계대출이 억제돼서다.
문제는 2금융권이다. 지난 해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55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과 견줘 5.7% 증가했다. 반면, 2금융권은 402조3000억원으로 9.9%나 증가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은행의 2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런 추세는 2007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건 농협과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사들과 보험사들이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잔액은 1년 사이 20조2000억원(13.1%)이나 늘었다. 지난 해 대출 잔액은 175조원으로 2금융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에 육박한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 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무려 17.5%에 달했다.
보험업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해 보험업계의 가계대출 잔액은 74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9.3% 급증했다. 전년 증가율(3.0%)을 감안하면 무려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셈이다. 정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대책의 초점도 2금융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상호금융과 보험에 맞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상호금융과 보험사 가계대출 규제를 은행 수준으로 강화키로 했다. 특히 상호금융엔 예대율 규제가 도입된다. 예대율 80%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예대율 기준은 100%다.
독자들의 PICK!
현재 상호금융 조합과 금고는 모두 3800여개다. 금융당국이 예대율 현황을 파악한 2500개 중 14%가 예대율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년 안에 80% 이내로 맞춰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수금 증가가 없다고 가정하면 향후 2년 간 상호금융사들은 3109억원의 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규제가 다소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해 말 기준 상호금융 평균 예대율은 신협이 71.1%, 농·수협·산립조합 69.4%, 새마을금고 66.8% 등이다. 당국의 예대율 규제 기준보다 훨씬 낮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 해당 업계 예대율 평균을 초과한 조합이나 금고는 작년 말 수준을 유지하도록 지도,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처럼 상호금융 가계대출에도 차주의 소득(상환능력) 확인이 의무화된다. 갚을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라는 뜻이다. 일정 규모 이상 거치식 또는 일시상환대출, 다중채무자 신규대출은 고위험 대출로 분류해 강화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적용토록 했다.
기존대출은 차환할 때부터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금액 기준은 '3억원 이상'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상호금융사들은 신규 고위험 대출을 빼고 기존대출 차환만 고려해도 900억원 이상의 추가 충당금 부담을 져야 한다. 상호금융 자산건선성과 충당금 기준 강화는 2015년까지 유예기간 없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가계대출 충당금 기준도 은행 수준(정상 0.75%->1.0%, 요주의 5%->10%, 회수의문 50%->55%)으로 조정키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계수는 현행 1.4%에서 일반대출은 2.8%로, 고위험대출은 4.0%로 대폭 상향 조정된다.
금융당국은 이 경우 보험사들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이 1827억원에 이르고 지급여력비율이 4.3%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사들이 감축해야 하는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한다.
정은보 금정국장은 "2금융권 대출 규제로 인해 또 다른 '풍선효과'와 서민금융 공백이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정책금융으로 보완하고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날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3대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도 함께 내놨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 이어 추가 대응 가능성도 열어놨다. 가계대출이 총량 관리 수준을 넘어서면 2금융권에도 배당가능 이익의 일부를 적립하는 '준비금' 형식의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