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 총재의 애매한 말말말

[기자수첩]한은 총재의 애매한 말말말

신수영 기자
2012.03.19 08:17

김중수 총재가 취임 한 지 만 2년이 다 됐다. 그동안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24회 열렸다. 이 중 금리 인상 결정은 5차례였다. 하지만 한은의 금리 인상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한은에 대한 불신으로 다섯 번의 금리 인상은 빛을 바랬다.

대표적인 게 인플레 기대심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떨어진 것과 달리 인플레 기대 심리는 8개월 째 4%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김 총재도 수차레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8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선 "아직까지 국민들의 인플레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기 때문에 이것을 더 낮춰야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이번에도 미적지근했다. 시장에서는 '매의 탈을 쓴 비둘기'(매파적 언급을 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반대라는 뜻)라는 말까지 나왔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총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와 한은이 외부와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다. 국민은 총재의 말에서 물가 안정의 의지를 확인한다. 인플레 기대 심리는 이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김 총재에게서 '물가 걱정'이나 '물가 안정' 등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소위 '립서비스'조차 없다.

김 총재의 아리송한 화법도 한 원인이다.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 그의 화법은 초기부터 유명했다. 지난 8일 금통위만 해도 그렇다. '기대심리를 낮추겠다, 다양한 정책적 방법이 있으나 여기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만 했으면 될 것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통구조 개선 등으로 피부물가가 적절히 관리되는 게 중요하다"고 토를 달아 물가 안정의 책임을 기재부에 떠기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오히려 김 총재는 인플레 기대심리 상승의 원인을 국민들의 이해 부족에서 찾는 것 같다. "일반 국민이 아닌 '전문가'의 기대심리는 3.4%로 낮다"(8일 금통위)거나 "금리정책이 단기 인플레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다양한 경제주체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16일 워크숍)는 언급이 그렇다.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는 것이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전략일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어려운 때는 ''어나운스먼트 이펙트(announcement effect, 뉴스발표 효과)'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인플레 파이터'로서 김 총재가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길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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