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원은 이해 못 하는 보험사

[기자수첩]은행원은 이해 못 하는 보험사

배성민 기자
2012.05.22 15:20

"보험사로 옮기니 제일 이해 안 가는게 뭐였냐구요?"

최근 만난 보험사 고위 임원이 자문자답한 말이다. 은행에서 보험쪽으로 자리를 옮긴 그의 말은 이랬다.

"은행은 정규직원이 1년짜리 상품을 파는데 보험은 10~20년은 보통이고 평생 가는 상품을 팔면서 파는 사람이 거의 다 사실상 비정규직인 설계사들입니다. 물건 판 사람이 소속감이 있어야 물건도 잘 팔리겠지만 A/S도 잘해주지 않겠어요?"

그는 보험사의 민원이 많은 것에 대해서도 이런 해석을 내놨다. "살 때는 몰랐는데 보험료 받을 때쯤 되면 내 물건이 뭔지 궁금해지잖아요? 이상하다 싶어 정작 불만이 터져 나올 때는 판 사람들은 찾을 수가 없어. 어디 갔냐구요? 다른 회사에서 또 딴 상품 팔고 있겠죠."

자리에 함께 했던 이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런 말을 꺼내놨다. "저는 보험사로부터 자주 문자나 연락이 와요. 근데 새 관리자라며 '고객님~'하면서 보내는 사람이 매번 달라요. 기억하고 연락할 때 쯤 되면 또 다른 사람이에요."

며칠 뒤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보험연구원의 세미나가 열렸다. 한달 가까이 구설이 이어지는 그 상품 얘기였다.

학계와 당국의 전문가들은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더 꼼꼼히 알려주자'는 해법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보험사에서도 일했다는 한 교수의 진단이 귀에 꽂혔다.

그는 "제가 보험사 다닐때 상사들한테 이런 말을 들었어요. '우리 고객은 보험 가입자가 아니고 설계사'라는 걸 명심하라고. 지금은 변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어려운 상품인 변액보험을 펀드처럼 설명해 놓고 문제가 터지니 펀드랑 다르다고 외쳐봐야 늦다'고도 했다.

매년 3월에 결산하는 보험사들은 4~5월에 한해 장사를 마무리하고 여러 행사를 연다. 작년에 몇억에서 몇십억의 보험료를 거둬들였다는 회사의 보배 같은 이들에 대한 시상식도 빼놓을 수 없다.

학창 시설 졸업식이 불현듯 떠올랐다. 학년에 한명인 1등상 말고도 빼놓을 수 없는 상이 있다. 흔해서 조금은 가치를 못 느끼는 개근상 말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 상만한 게 없었다.

보험왕이 회사엔 더 중요한지 몰라도 고객에겐 각각 한두개 뿐인 내 보험 관리자가 더 중요하다. 개근상을 1등상 못지 않게 칭찬해 주는 보험사를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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