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에서 벌고, 세금은 벨기에?

[기자수첩]한국에서 벌고, 세금은 벨기에?

오상헌 기자
2012.05.24 15:10

끝까지 '악연'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말이다. 론스타의 이름이 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매각 차익에 대한 과세 문제 때문이다. 국세청은 세금을 내라 하는데 론스타는 못 내겠다며 버티는 형국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총 매각 차익은 4조6225억원, 수익률은 214.5%에 이른다. 외환은행 투자 시점과 회수 시점을 각각 고려해 계산한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는 연간 22.8%의 수익률을 올렸다.

제일은행을 인수했다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SC)에 판 뉴브리지캐피탈의 연 수익률은 26.7%, 한미은행 인수 후 2004년 씨티은행에 매각했던 칼라일은 연간 수익률은 33.7%에 달했다.

국내 은행에 투자했던 다른 외국계 사모펀드와 견주면 론스타의 연간 수익률이 오히려 적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론스타에 '먹튀'란 비난은 다소 과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판을 자초한 당사자가 바로 론스타다. 외환은행을 판 후에도 '꼼수'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최근 국세청이 원천징수한 외환은행 매각차익 세금(3196억원)을 돌려달라고 한 것부터가 그렇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KEB홀딩스의 소재지가 벨기에라는 이유로 조세조약상 매각 차익을 세금이 적은 벨기에에 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리 경영인을 한국에 직접 보내 외환은행을 9년 간 경영하고 막대한 매각 차익을 거뒀지만 세금은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이미 2007년 외환은행 주식 일부(13.6%)를 팔았을 때도 억지를 부렸던 전례가 있다. 양도세 1192억원이 부당하다며 국세청에 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떠났지만 론스타는 해외 각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사모펀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이 떨어지지 않자 우리 금융당국을 겨냥해 운운했던 게 바로 '한국 금융의 대외 신인도'였다. 차익을 거뒀다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 그게 바로 론스타가 투자자로서의 신인도를 유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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