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자매들은 모두 이름을 바꿨다. 시집을 가서 남편성을 따르는 김에 이름까지 바꾸거나 옛 이름이 촌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과거 같으면 개명허가가 쉽게 나지 않지 않았을 테지만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바꾸는게 조금은 쉬워졌다.
이쁜이, 개똥이, 언년이같은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100년 가까운 역사인 국내 보험업계와 보험사들도 꼭 그렇다. 지난달 말대한생명(4,885원 ▼195 -3.84%)이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바꾸는 것이 확정되면서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이름은 사실상 모두 바뀌었다.
동방생명과 안국화재였던 이름은삼성생명(249,500원 ▼2,500 -0.99%)과삼성화재(461,000원 ▼3,000 -0.65%)로 바뀌었다. 1호 보험사인 메리츠화재의 전신은 동양화재다. 한국자동차보험은 동부화재가 됐고 현대해상의 전신은 동방해상화재다. 대한교육보험은 교보생명으로, 범한해상(럭키화재)은 LIG손해보험으로 바뀌게 된다.
한자식 이름이 많고 아시아(동양, 동방)권을 강조했던 것에서 바뀐 이름들은 몇몇 회사를 제외하면 모그룹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면이 두드러진다. 삼성, 한화, 동부 등이 대표적이다. 계열분리가 됐지만 현대, LIG 등도 비슷하다. 은행(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도 거의 대부분 모은행의 이름을 그대로 따른다.
이들은 한결같이 사명을 바꾸면 그룹 다른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덩치를 불리거나 해외시장 진출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점을 들고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삼성(삼성전자)이나 현대(현대차, 현대중공업) 같은 이름은 그 브랜드 자체로 눈길을 끌고 파괴력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룹 시너지라는 말에는 그늘이 있다. 대부분 회사들이 한결같이 계열 금융사들의 펀드같은 금융상품을 팔아주거나 이용하며 몰아주기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겐 손해가 나도 그룹엔 이익일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도 깔려있다.
보험사들이 이름을 바꿔도 위험과 사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보험업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사실상 모든 보험사들이 개명한 뒤인 지난 4일 금융당국은 은행·증권·보험사 등이 펀드같은 금융상품을 팔 때 계열사 것만 권유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시켰다. 멋진 이름을 가져도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존립이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