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신용카드 업계에서 '배신자'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카드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원색적인 단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 카드사의 한 임원은 "배신자가 나오면 끝"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아리송한 말들이지만, 배경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카드업계는 올해 말부터 새로운 카드 가맹점 체계를 적용한다. 35년만의 개편이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 따라 전체 가맹점의 96%가 지금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다. 반면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지금보다 0.2~0.3%포인트 가량 올라갈 전망이다. 이번 개편안의 큰 줄기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은 연간 8739억원의 수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형가맹점이 동참할 것을 전제로 했을 때의 수치다. 수수료가 올라가는 대형가맹점이 미온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수익 감소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금융당국도 이를 우려해 수수료 체계를 지키지 않는 대형가맹점과 카드사를 제재할 예정이다.
법적인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대형가맹점이 법 시행 이전에 카드사에 어떤 요구를 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다시 체결하자고도 할 수 있는 문제다. 올해 연말 법이 시행된 이후도 마찬가지다. 법망을 피해 다양한 압박을 해올 것이 뻔하다.
카드업계에 '배신자 주의보'가 내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가맹점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카드업계의 공존이 필요하다. 한 카드사가 "계약서에 남지 않는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해드리겠다"며 대형가맹점과 부당거래를 할 경우 게임의 법칙은 무너진다. 한 곳이 배신을 하면 거의 모든 카드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는 지금까지 새로운 수수료체계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다.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아울러 대형가맹점의 동참을 위해 좀 더 확실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았다. 하지만 이 와중에 또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카드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공존의 반대말은 공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