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복불복 '고아계약' 구하려면

[기자수첩]복불복 '고아계약' 구하려면

신수영 기자
2012.08.23 16:13

#보험설계사인 선배의 권유로 외국계 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A씨. 지난 달 보험료 미납 독촉장을 받고서야 설계사가 바뀐 것을 알게 됐다. 선배가 보험회사를 그만두면서 새 설계사에 배정된 것. A씨는 몇 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왔는데 바뀐 담당 설계사가 연락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생보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B씨는 지난해 보험사에서 설계사 변경 통보를 받았다. 새 담당 설계사는 몇 달에 한 번씩 문자메시지나 전화 등을 통해 B씨와 연락을 한다. B씨의 다른 보험계약 등도 파악하고 상담도 해줘 오히려 설계사가 바뀐 것이 만족스럽다.

'고아계약'. 보험을 판 설계사의 이직으로 담당설계사가 없거나 설계사가 바뀐 보험을 말한다. 고아계약은 그동안 업계가 골머리를 앓아온 문제 중의 하나다. A씨처럼 보험료가 연체되거나 사고 등으로 보험료 청구를 해야 하는 등 '안 좋은 상황'이 생긴 뒤에야 설계사가 변경된 것을 알게 된 경우도 허다했다. 회사를 이동한 설계사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옮긴 회사의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승환계약'도 잦았다.

고아계약이 생기는 이유는 설계사 이동이 잦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 설계사 정착률(13월차)은 39.9%다. 전년 39.3%보다 개선된 수치지만 여전히 새로 설계사가 된 10명 중 4명만이 1년 뒤에도 그 회사에서 보험모집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6명의 고객들은 '고아'가 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고아계약이 생기면 새 설계사에 배정하고 이를 잘 관리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1회차(첫달)에 몰아주던 신계약 수당을 1~2년에 걸쳐 나눠 지급(분급)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개선 노력이 설계사마다, 또 회사나 판매 채널마다 차이가 있어서다. 수당 분급화만 해도 설계사들의 반발 등으로 전 보험사에 도입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수당체계를 분급으로 바꾼 한 외국계 보험사의 설계사들이 다른 보험사로 이동하는 일이 있었다. 같은 보험사라 해도 설계사에 따라 이관된 고아계약 고객의 만족도가 다르다.

업계는 최근 '고아계약'의 명칭을 '관심계약'으로 바꾸기로 했다. 관심을 두고 잘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업계는 이 관심계약을 담당할 설계사의 기준을 마련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관심계약 이관 가이드라인'도 준비, 9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획기적이지는 않더라도,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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