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직 살만한(?) 카드사

[기자수첩]아직 살만한(?) 카드사

박종진 기자
2012.10.22 06:01

8700억원, 7500억원, 1500억원….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할 때마다 나온 카드사들의 연간 당기순이익 감소 추정치다. 카드 수수료율을 개편하면 8700억원, 이용한도 80% 이상 리볼빙자산에 충당금 50%를 쌓게 하면 7500억원, 신용카드 발급·한도부여 기준을 엄격히 하면 1500억원이 날아간다는 계산이다.

금융당국의 추산을 단순계산으로 다 합치면 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들이 벌어들인 전체 당기순이익은 1조5000억원이다. 당국이 새로 내놓은 몇 가지 규제만으로도 카드사들이 연간 순이익을 다 까먹고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은 의외로 담담하다. 이쯤 되면 머리띠 매고 금융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데모라도 할 만한데 잠잠하다. 해설기사 속에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정도로 약간의 앓는 소리를 내는데 그친다.

왜 그럴까. 물론 협회나 특정 카드사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총대를 메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 이면에는 실제 이익 감소규모가 이처럼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다.

예컨대 카드수수료율의 경우 당국의 지원에 힘입어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리면 상당부분 이익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 리볼빙 규제 역시 소진율 80%이상 리볼빙 자산을 제한하면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다. 신용카드 발급·한도부여 규제도 중장기적 자산건전화에 따른 이익을 감안하면 반드시 손해라고만 볼 수 없다.

또 다른 수단은 부가서비스 축소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줄여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은 비교적 손쉽다.

그렇다고 카드사들이 마음 편히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국의 목표는 현재 결제시스템과 카드산업의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마구잡이 발급으로 덩치를 키운 후 수수료 장사로 손쉽게 돈 버는 업계의 행태, 껌 한통도 신용카드로 사는 기막힌 소비습관, 모두 바꾸겠다는 의지다. 지난해부터 내놓은 카드대책만 벌써 여섯 번째다.

카드사는 기존 방식을 대폭 수정한 중장기 생존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아직 살만하다"는 속내로 버틴다면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당국의 방침이 만만치 않고 카드사가 파고들 경제의 거품도 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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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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