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이었다. 카드사들의 눈길은 국회로 쏠렸다. 당시 국회에서는 논란을 거듭하던 카드 수수료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내용은 크게 두가지였다. 카드 수수료율을 합리적으로 정한다는 내용과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 문제는 금융위부터 반대했던 사안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막판까지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최초의 사례이고 헌법과도 정면으로 대치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시장가격을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시장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관련법은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로부터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현재의 상황은 당시와 사뭇 다르다.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던 금융위는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1.5%로 명문화했다. 기준 수수료율보다 0.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수수료 시스템의 조기정착을 위해 카드사에 대한 압박도 시작됐다. 그들이 우려하던 관치금융의 모습이다.
이쯤되면 기사를 쓰는 기자도 헷갈린다. 9개월 전의 정부와 현재의 정부가 같은 곳인지 의문스럽다는 의미다. 하물며 카드사들은 더할 것이다. 최근 만난 한 카드사의 사장은 자조적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내년 사업계획서의 방향에 대해 "사업계획서는 우리가 작성하는게 아니라 정부에서 작성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카드사들의 순익은 급감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의 사장은 "내년 카드사들의 순익이 지난해에 비해 정확하게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는 쏟아지는데 먹거리는 없으니 막막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물론 카드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카드사들은 지난 수십년간 원칙 없는 수수료 체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대형가맹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받았던 부분이 영세가맹점의 공분을 샀다. 이를 시장원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카드사들이 빌미를 제공한 것만은 분명하다.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하겠다고 공약하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번쯤 되짚어볼 때도 됐다. 9개월 전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며 시장의 판단에 맡기자던 정부의 입장이 정답인지,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현정부와 차기정부의 입장이 정답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