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첫 부분 '학이편' 가장 첫 구절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 게 군자답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배움의 길에 임하는 자세를 뜻하는 동시에 인생살이 전반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물론 쉽지 않다. 주위에서 제동을 걸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답답하고 화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화를 내면 군자의 품격을 갖추는 일은 멀어진다. 군자의 품격이 필요한 높은 지위일수록 언행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개그프로그램의 소재로 등장하는 '거지의 품격'까지는 아니더라도 통상 각자의 자리에 어울리는 품격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한 금융지주사 회장의 술자리 소동이 구설수에 올랐다. 보험사 인수를 추진해왔으나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자 취중에 난동을 부렸다는 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식 진상조사를 요구했을 정도다.
회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통터질 수도 있다. 알려진 발언대로 "사심 없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왜 충정을 몰라주느냐"는 성토다. 사실 살다보면 술자리 사건사고 1~2개쯤은 으레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평범한 일반인도 아니고 '회장님'이다. 국내 대표 금융그룹을 이끌어 가는 자리다. 게다가 명문 사립대 총장까지 지냈다.
이달 초부터 소문이 돌면서 금융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대형 금융그룹의 내분이나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 우려 같은 거창한 주제 이전에 소문이 사실이라면 행동 자체가 큰 실망이라는 이들도 적잖다. 그래도 '그만한 자리에 오르신 분'으로서 보여 줘야할 사회적 기대가 있다는 의미다.
실리도 잃어버리는 모양새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사회의 결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보험사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품격이 무너지면 자칫 실리도 놓칠 수 있다.
12월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해가 바뀌면 많은 이들이 새로운 자리를 찾는다. 새로운 직책에 오르는 사람, 그대로 머무는 사람 모두 자리에 걸맞은 품격을 보여주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