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얼마 남지 않긴 했나 보다. 어느 자리건 대선, 정치 얘기가 주다. 금융권이나 관가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최대 관심사는 물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다. 자신만의 분석과 분석틀을 내놓으며 12월19일을 점친다.
대화의 흐름은 비슷하다. 역사의식, 시대정신의 거대 담론에서 출발한다. 언어의 유희가 한창 진행된다. 고비를 넘으면 기술적 분석 시간이다. 연령별·지역별 인구 분포, 역대 대선의 투표율과 득표율 등 온갖 분석틀과 논거가 쏟아진다.
다음은 넋두리 시간이다. '누가 되든 뭔 차이가 있겠나' 류의 발언이 나올 때다. 이 단계를 지나면 조직의 미래가 화제에 오른다.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관가나 금융당국의 관심도는 최고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직후 대규모 정부조직개편을 경험한 터라 더 그렇다.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 국제금융 파트' '기획예산과 금융·세제의 분리' '감독기구의 개편' 등 온갖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역시 결론은 공허하다. 실제 칼자루를 쥐는 곳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바뀔 것'이란 기류가 강하다. 이렇다보니 모두가 '불안'하고 '어수선'하다. 일터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나랏일보다 조직 문제가 먼저라는 5년 전의 학습 효과도 있다. 삶의 터전까지 바뀔 수 있으니 불안은 더 커진다. 자칫 부처가 통합되거나 쪼개지면 세종시 이전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전 부처가 '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이들의 불안감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는다. "전세 계약이 공교롭게도 2월에 만료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라는 한 공무원의 말이 오히려 현실을 반영한다.
문제는 어수선할 때 오는 허점이다. 가계부채, 기업 부실, 실물경기 침체, 금융시장 불안 등 온갖 악재가 '대선 시즌'을 피해 더디게 오는 게 아니다. 인수위원회를 거치고 조직 개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돌이켜보면 조직 개편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매번 실패했다며 칼을 들이댔다가 다시 수술대에 올리는 행위만 반복했을 뿐이다.
과한 생각일 수 있지만 지금 이대로 5년 더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조직 그림 그릴 시간과 에너지를 현안에 집중한다면 문제의 반 이상 해결될지 모른다. 조직을 바꾼다고 가계부채가 사라지고 실물경기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