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銀의 한 자릿수 대출금리 실험

[기자수첩]기업銀의 한 자릿수 대출금리 실험

배규민 기자
2013.01.04 06:05

"당장 기업은행처럼 금리를 낮추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의 말이다. 올해 수익성이 나빠질 게 뻔한 상황인데 선뜻 대출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결단을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일부터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의 최고 금리를 한 자릿수로 낮췄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취임 초기부터 임기 중에 대출 최고 금리를 한 자릿수로 낮추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의 최고 금리는 연 9.5%로, 중소기업 대출은 종전보다 연 1%포인트, 가계 대출은 무려 연 3.5%포인트 낮아졌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가계의 연체 대출 최고 금리도 기존 12%와 13%에서 각각 11%로 인하됐다. 이번 금리 인하로 기업은행은 연간 순익이 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은행권의 순익이 전년보다 최대 40%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는 그야말로 용단에 가깝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당장 최고 대출 금리를 낮춤으로써 오히려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금리가 연 13%일 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고객들이 금리가 연 9.5%로 낮아지면서 오히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자가 대부분이겠지만 '회색 지대' '경계 지대'에서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은 이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며 일축했다. 대출 여부는 '금리'보다 '신용등급'이나 '성장성'에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이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물론 기업은행의 선의와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번 대출 금리 인하가 기업은행의 애초 취지대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가계들에 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수백만의 대출자중 혹여 선의의 피해자, 제도 개편에 따른 불가피한 낙오자가 생기지는 않을지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작은 상처로 아름다운 그림이 훼손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드리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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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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