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민원감축이다. 감독당국이 산업 규모에 비해 민원이 유달리 많다고 지적하며 강도 높은 민원감축 방안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에 민원이 많은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보험은 은행처럼 고객이 찾아가지(인바운드) 않고 설계사 등 보험모집인이 고객을 찾는(아웃바운드) 형식으로 상품 구매가 이뤄진다. 필요해서 가입했다기보다 '내가 하나 들어줬다'는 인식이 강하므로, 책임도 상대방에 전가하기가 쉽다. 더욱이 각 보험사가 회사별로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모집인을 일일이 통제하기도 어렵다.
또 보험은 상품 자체가 복잡하다. 목돈을 만드는 상품만 해도 은행은 일정 기간 돈을 맡기면 얼마의 이자가 나와 단순하다. 반면 보험은 시중금리에 연동된 공시이율이 적용되고 이자가 붙는 돈(적립금)도 소비자가 낸 원금 전부가 아닌, 사업비로 일부를 가져간 나머지다.
비교적 단순하다는 저축성 보험이 이 정도이고 보장성 보험에 이르면 복잡한 약관이 등장한다. 절대적으로 파는 쪽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소비자에게 절반만 알려주는' 업계의 관행도 한 몫을 했다. 이는 설계사가 고객을 찾아 상품을 파는 영업 특성에서 비롯된 감이 크지만 회사의 묵인이나 동조도 없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험사들은 몇몇 저축성 상품 등에 '축하금'이라는 이름으로 중도금을 지급했다. 축하금이란 말에 현혹된 소비자는 보험사에서 공돈을 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는 고객이 보험사에 맡겼던 돈(적립금)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다. 해당 상품이 몇 년 전 팔린 고금리 상품이라면 소비자는 강제로 높은 금리의 저축성 보험 일부를 헐어 쓴 셈이 된다.
의사를 물어본 경우는 양반이고, 곧장 고객의 통장으로 이를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 자기 상품에 이런 옵션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소비자는 '속았다'며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상품에 대해 일부만 알려줘 소비자를 혼란하게 한 예는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 오해를 사기 쉬운 '축하금'이란 명칭은 분할보험금으로 바뀌었다. 보험사들도 이전보다 정확한 설명을 해주는 추세다. (전에는 분할보험금에 대해 '보험 상품 특성상 보험기간 중 일정금액의 보험금이 먼저 지급된다'고 설명했지만 최근에는 '중간에 자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만기 때 받을 금액의 일부를 분할금으로 준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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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보험사들이 당국의 주문이나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변화를 택했다는 느낌에서다. 뼈아픈 자성이 따르지 않은 관행이 하루아침에 고쳐질까. 당장 얼마 전 받은 '분할보험금 안내' 문자에도 굳이 '생활자금'이 발생했다는 추신이 추가로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