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첫 금감원 검사 동행 취재기-上] 2년간 전쟁후, BIS비율 뻥튀기 26%p→1%p
지난 19일 오전 8시15분 서울 강남의 한 빌딩 앞에 금융감독원 검사원 6명이 모였다. 이 건물 3층에 본점을 둔 A저축은행 검사를 위해서다. 본점 영업 창구에 들어서자 검사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검사 실시 통보서를 전달하고 피검기관의 이의제기와 방어권 보장절차에 관한 책자를 전달했다. 큼지막한 권익보호 안내문도 벽에 붙였다.
우선 시재검사부터 시작했다. 현금과 중요 증서 등 현물을 확보해 장부와 대조하는 작업으로 검사의 기본이다. 검사원들의 눈길이 서랍과 금고 안, 장부 구석구석을 매섭게 훑어나갔다. 50원짜리 10원짜리 동전뭉치 하나하나까지 다 챙긴다. 수표 한 장 한 장을 일일이 손으로 세는 건 물론이다.
시재검사 때 단지 장부와 현물만 살피지 않는다. 허금덕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 검사1팀장은 "금고나 서랍 속에 소비자의 통장과 도장 등을 임의 보관하는 경우가 흔한데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업부에서 관리하는 서류 봉투들을 열자 통장들이 2~3개씩 나왔다. 경력 35년의 베테랑 전경희 수석검사역은 "고객통장을 가지고 있는데 정당한 절차인지 설명해 달라"고 물었다. "금고에 안전하게 잘 보관하고 있다"고 직원이 답했다. 전 수석은 "아니 그게 아니라 절차에 따라 공식적인 장부에 기재돼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것"이라고 다시 요청했다.

다른 금고를 열자 이번에는 고무줄로 묶어놓은 고객 통장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저축은행 측은 중도금대출을 매번 받을 때마다 고객이 통장을 찾아야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해당 대출관련 103개의 통장을 보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어보니 123개였다. 담당 직원은 103개가 아니라 103명이며 일부 중복 계좌가 있다고 또 다시 설명했다. 문제가 없는지는 추후 검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잠시 후 다른 서류뭉치를 들추자 난데없이 백지수표도 나왔다. 직원은 견질담보(보완적 의미로 잡아놓은 비공식담보)였는데 채권 상환 후에도 착오로 돌려주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눈에 봐도 조잡한 비상장주권이 검사원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A4용지에 도장을 찍고 인지를 붙여놓았을 뿐 일반적 주권의 양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26년 경력의 김옥미 선임검사역은 "검사 다니면서 이런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오전 9시 저축은행의 창구 영업이 시작하자 본점 안쪽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옮겼다. 컴퓨터를 설치하고 인터넷 선을 연결하는 등 준비작업도 바빴다. 검사대상 각종 부속 서류요청도 오전 중 진행했다. 오후 들어 요청한 서류들이 들어오면서 3주간의 검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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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비은행 검사는 전체 대출의 70%를 본다. 검사대상은 금액이 큰 순서대로 선정한다. A저축은행의 경우 5억원 이상 대출을 받고 있는 274명의 여신을 전수 조사한다. 경험이 풍부한 고참들이 여신을 살피고 머리회전이 빠른 젊은 직원들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 산출, 내부통제 적정성 검사 등을 맡는다.
잘못을 밝혀내야할 검사원이지만 그렇다고 군림하지는 않는다. 말투도 날카롭되 예의를 갖춰 공손했다. 검사원들은 조카뻘 되는 젊은 직원에게 "검사받을 때 모르겠으면 확인하겠다고 하시면 됩니다"라고 조언도 하고 때로는 "세 분 다 계실 필요 없으니 다른 분은 업무 보시고 한 분만 계시면 됩니다"고 배려하기도 했다.
검사는 금감원과 금융회사가 현장에서 맞부딪히는 최전선이다. 436명의 금감원 검사역들은 이 같은 검사를 매년 1000회 안팎 실시한다.
개별검사는 금융질서를 바로잡는 전투다. 전투가 치열할수록 성과도 값지다. 2011년 이후 금감원이 사활을 걸었던 저축은행 검사가 그랬다. 전투 과정에서 유혈이 낭자했다. 거의 모든 대형 저축은행들이 문을 닫았고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지난날의 감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금감원은 뚝심의 검사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이제는 달라졌다. 2011년 이후 퇴출된 23개(27개 중 정상영업 상태에서 예보로 이전된 4개 제외) 저축은행을 분석한 결과, 검사 전 평균 BIS비율(4.16%)과 검사 후 BIS비율(△22.54%)이 무려 26.7%포인트나 차이 났다. 그만큼 회계처리가 엉망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 6월 이후 실시한 동부 등 6개 저축은행의 검사 전후 BIS비율 차이는 부과 1%포인트 내외다. 2년여 만에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대폭 개선됐다. 조성목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은 "검사기간 중 위법행위 단서가 발견되면 기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사실관계가 완전히 파악될 때까지 자금추적을 진행하는 등 강도 높은 검사를 실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사업무를 더욱 진화시킬 계획이다. 특히 최수현 금감원장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상시감시시스템이 핵심이다. 최 원장은 일상적 감시 위주로 검사관행을 과감히 혁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바로 대응해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정례적인 검사를 대폭 줄이고 상시감시 위주로 '365일 감시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