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추석명절 비상대기' 이어져야

[광화문]'추석명절 비상대기' 이어져야

지영한 부장
2013.09.24 09:10

1994년 12월 미주 정상회의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를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경제개혁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1년 후 멕시코는 페소화 위기를 맞았다. 페소화 폭락으로 멕시코의 대외 채무는 폭증하고 외국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몇 달 안에 갚아야할 대외 채무는 250억달러에 달했지만 멕시코의 외환보유고는 60억달러에 불과했다.

라틴아메리카 ‘시장개혁’의 아이콘이 졸지에 ‘시장의 뇌관’으로 돌변한 것. 실제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기원을 멕시코에서 찾는 분석도 있다.

페소화 폭락 사태 직전만 해도 멕시코의 외형은 멀쩡했지만 미국이 1994년 2월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5년간 3%에 머물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년 후 6%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멕시코에 대량으로 유입됐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멕시코는 위기를 맞이했다. 근래 미국의 출구전략 움직임에 각국이 초긴장 상태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2의 멕시코 사태’ 우려는 기우라는 주장을 펼친다. 우선 1994년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던 반면, 지금 미국의 상황은 경기회복세가 약하고 물가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낮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물가가 낮다면 양적완화가 좀 더 진행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설령 양적완화가 중단되고 금리인상이 임박하더라도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 회복세를 의미한다. 미국 경제회복은 주변국에도 좋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미국의 출구전략에도 멕시코의 페소화는 오히려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일본이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어, 미국의 출구전략은 엄호사격까지 받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미국이 자기구역의 불길을 잡고 소화전 밸브를 이제 막 잠그려 하지만 일본은 이제야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달러 캐리 자금의 공백을 엔 캐리 자금이 어느 정도 대체하면서 미 출구전략 충격도 예전 같지는 않으리란 분석이다.

사실 한국만 놓고 보면,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은 큰 위협이 아니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적자 규모가 237억달러에 달했지만, 지금은 경상흑자가 18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올 들어 7월까지 흑자 금액만 365억달러에 달한다. 노무라증권은 앞으로 경상수지 증가 모멘텀을 유지할 신흥국 4개국 중 하나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잠깐 늦춰졌을 뿐이다. 몇몇 신흥국들은 이미 위험에 처해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위기에 빠져들면 글로벌 시장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도 미칠 충격파는 상당할 것이다. 이달 초순 러시아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신흥국 진영은 미국에게 출구전략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다행히 미국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9월 정례회의에서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는 화답의 제스처를 보냈다.

경제는 심리를 많이 탄다. 1997년 11월 한국의 외채 1100억달러 중 800억달러의 만기가 연내에 도래한다는 블룸버그통신의 과장, 왜곡 보도 후 일본계 자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며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던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점에서 지난 추석 명절기간 미국의 FOMC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비상대기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였다. 단군이래 최대 경제위기 ‘환란’은 한번 경험한 것으로 충분하다. 향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도 선제적 대응으로 재앙을 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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