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은행 대출 추가확인… 금감원 일제점검 지시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180억원의 대출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디지텍시스템스가 이와 별도로 국내 은행 5곳에서 1000억원을 더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대출금에 적잖은 사기성 대출이 포함됐다고 보고 해당 은행에 일제 점검을 지시했다. 아울러 잇따른 대기업 협력업체의 대출사기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등을 만드는 디지텍시스템스는 5개 국내은행에서 약 1000억원의 대출(제2금융권 제외)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30억원 안팎으로 가장 많으며 수출입, 하나, 농협은행 등이 나머지 대출금을 내줬다. 외환은행의 대출금은 전액 상환된 상태다.
1000억원의 대출은 대부분 공장 등을 담보로 빌렸다. 삼성전자 중국법인 등에 납품한 실적을 위조한 후 조작된 해외 매출채권을 은행에 넘기는 수법으로 대출을 받았던 씨티은행 사례와는 다르다. 따라서 대출금 중에는 실제 정상적인 담보대출도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담보가치를 터무니없이 부풀리는 등 사기성 대출도 상당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해당 은행에는 즉각적인 점검을 지도했다. 대출 관련 서류의 진위 여부를 전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물론 담보물에 대한 현장 조사도 실시하라는 주문이다. 은행들이 삼성전자 납품업체라는 사실만 믿고 대출심사를 소홀히 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출사기 규모와 별개로 부실화 가능성도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회계조작, 횡령사건 등이 불거진 가운데 정상 가동이 안 되고 있다"며 "담보가치도 떨어져 부실대출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디지텍시스템스에 매출액과 기계장치를 허위로 장부에 기재했다며 3억58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원리금 연체도 속속 시작됐다. 지난 5일자 하나은행 19억원, 지난 1월15일자 BS저축은행 40억원의 대출원금이 이미 연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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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사기 규모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대기업의 이름값만 보고 여신관리를 느슨히 해온 은행권의 관행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3000억원 대출사기 사건을 일으킨 KT ENS의 거래업체들도 'KT'라는 대기업 계열사 명의의 매출채권으로 손쉽게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금융당국은 모든 시중은행으로부터 대기업 협력업체 대출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를 제출받아 미흡한 부분을 개선토록 지시할 계획이다. 관련 여신심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는 즉시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류까지 완벽하게 조작한 사기대출의 경우 제보가 아니면 조기에 적발하기가 힘들다"며 "대출사기를 방지하고 또 신속히 알아낼 수 있는 체계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